"초코파이로 직장 잃는 건 가혹"…검찰 선고유예에 법원 판단은
"범행 인정·반성 없는데도 선고유예…이례적"
검찰 "유죄 판단 유지…시민위 의견 반영"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피고인에 대한 마지막 선처의 의미로 선고를 유예해 주시길 바랍니다."
협력업체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와 커스터드 등 1050원어치 간식을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렇게 말했다.
30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씨(41)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검찰은 최종 의견 진술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 긴 한숨을 쉬며 공소사실상 유죄가 명백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선고유예를 구형해야 하는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업무와 무관하게 피해자의 사무실 냉장고에서 권한 없이 음식을 꺼내 먹은 것이다. 모든 증거와 법리를 종합하면 공소사실은 명백히 인정되며,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오인이나 법리 오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 사건도 수사 과정에서부터 1·2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죄 판결로 직장을 잃을 수 있는 점은 다소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최종 의견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했다"며 "이 점을 재판부가 고려해 마지막 선처의 의미로 선고를 유예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것이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검찰 시민위원회의 권고를 사실상 수용했다. 지난 27일 열린 시민위에 참여한 10여 명의 위원 중 대다수는 '선고유예' 구형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피해 금액이 경미하고 직장 상실 위험이 있어 선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선고유예를 구형한 것은 이례적이란 의견도 있다. 통상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는 기미가 있을 때 선고유예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도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피고인이 초범이거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선고유예 판단에 중요한 요소다. 다만, 이번 사건 피고인은 무죄를 다투고 있고, 과거 비슷한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검찰이 선고유예를 구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세간의 관심이 높아 시민위원회가 열린 점이 이 사건 구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시민위 의견과 피고인의 사정 등 사건 특수성을 고려할 때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보안 협력업체 직원 A 씨는 지난해 1월 회사 냉장고에서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커스터드를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당초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불복해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절도 혐의를 인정해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유죄 확정 시 A 씨는 경비업법에 따라 직장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1000만 원이 넘는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면서 재판에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재판은 11월 27일 열린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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