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강도살인 피고인 "'DNA 검출' 절연테이프, 증거 동의 못 해"

검찰 "증거 부동의 사유 명확히 밝혀야"…변호인과 공방

전주지법 전경/뉴스1 DB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24년 전 가정집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고 집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측과 검사가 증거 채택 여부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14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45)에 대한 속행 공판이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법정에서는 이 사건 핵심 증거인 검은색 절연테이프 등에 대한 증거 채택을 두고 변호인과 검사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먼저 A 씨 변호인은 "피고인의 DNA가 검출된 이 사건 핵심 증거인 검은색 절연테이프 등 증거 채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피고인 측의 부동의 취지가 DNA 등 국과수 감정 결과의 과학적 신빙성을 부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테이프가 발견된 경위를 문제 삼는 것인지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변호인은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피고인의 권리이며, 이 사건의 특성상 검은색 테이프 관련 증거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피고인은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진술 및 증거의 구체성은 향후 증인신문 등을 통해 충분히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을 재수사한 경찰관에 대한 증인신문도 열렸다. 이날 경찰관은 유전자 감식 의뢰 경위를 설명했다.

증인은 "증거물이 오염될 우려가 있어 장갑을 착용한 채 봉투에 담긴 물건을 국과수에 보냈다. 이후 국과수로부터 A 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유전자 감식 결과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과학수사 방법의 하나다. 이 증거를 근거로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반대신문에서 변호인은 "증거가 들어있던 봉투가 일부 뜯겨 있어 오염과 훼손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A 씨를 이 사건의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변론했다.

한편 A 씨는 지난 2001년 9월 8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연립주택에 침입해 집주인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현금 100만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이 사건 현장에서 B 씨 아내를 결박하는 데 사용한 검은색 테이프 등 증거물을 확보해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으나, 당시엔 기술력의 한계로 유전자 정보를 검출하지 못했다.

경찰은 2020년 국과수에 보관 중이던 증거물 재감정을 의뢰했고, 이후 동일 유전자 정보를 가진 A 씨를 찾아냈다. A 씨는 다른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2017년부터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였다.

이후 이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검은 유전자 정보 재감정과 계좌 추적, 법의학 자문 등 보완 수사를 진행한 뒤 지난해 12월 A 씨를 기소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