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 사각지대' 자영업자…"사장도 근로자처럼 보호 받아야"

폐업률 증가 속 전북 1인 자영업자 사회보험 가입률 1% 미만
사회안전망 구축 시급…전북도·전북경진원, 지원 사업 추진

지난 5월9일 전북도청에서 1인 자영업자 사회보험료 지원 업무협약식이 개최된 가운데 김관영 전북지사, 윤여봉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전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전주=뉴스1) 유승훈 기자

"누구도 사회적 위험 앞에 혼자 남겨지지 않아야 한다. 사장도 근로자처럼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전북 전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김 모 씨(47). 그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고 적자가 쌓이자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생계가 막막했던 그 때 3년 전 가입한 자영업자 고용보험이 떠올랐고 곧바로 고용센터를 찾았다.

김 씨는 약 860만 원(150일 기준)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생활비 걱정은 잠시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당장의 생계 걱정에 폐업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용보험 덕분에 다시 시작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박 모 씨(52)는 자동차 정비 중 크게 다쳤다. 병원 치료를 받던 중 1년 전 가입한 중소기업사업주 산재보험이 생각났다. 그는 치료비와 휴업급여로 약 500만 원을 지원 받았다.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병원비와 생활비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박 씨는 사장이어서 보상은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산재보험 덕분에 한숨 돌렸다고 전했다.

'사장'과 '근로자'의 타이틀을 동시에 갖고 있는 (1인)자영업자. 현장에서 이들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로 통한다. 그럼에도 자영업자 사회보험 가입률은 극히 저조하다.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11일 전북도와 전북경제통상진흥원(경진원)에 따르면 2024년 도내 폐업 사업체 수는 총 3만 1136개로 전년(2023년) 대비 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폐업 사유로는 '사업부진'이 47%로 가장 높았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생계 불안감 등으로 폐업 결정도 쉽사리 내리지 못한다. 이는 오히려 더 큰 손실과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개인은 물론 지역 경제 안정성과도 직결된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24년 전북지역 폐업 사업체 수는 총 3만1136개로 전년(2023년) 대비 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1

전북지역 1인 자영업자의 고용·산재보험 가입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1인 자영업자 약 20만 1000명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981명(2025년 5월 기준), 산재보험 가입자는 769명(2025년 4월 기준)에 불과했다. 생계 위협 또는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시 보호받을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럼에도 제도적 뒷받침은 멀기만 하다. 현행 제도상 고용·산재 보험은 의무가 아닌 임의 가입 대상이다. 보험료 전액을 자부담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망설이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전북도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 도는 전북경진원과 함께 올 초부터 '1인 자영업자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입률 제고와 함께 실질적 사회안전망 확대를 목표로 한다.

양 기관은 고용보험 가입 자영업자에게 실제 납부액의 20%, 산재보험(중소기업사업주) 가입 시에는 50%를 각각 지원한다. 특히 고용보험의 경우 국비지원(50~80%)과 중복 적용이 가능해 실질적으로 전체 보험료의 70~10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고용보험 가입 뒤엔 근로자와 동일하게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 산재보험의 경우 산재보험급여(요양·휴업·간병 급여, 상병보상연금 등)와 업무상 재해보상의 혜택도 가능하다.

전북도 경제통상진흥원 관계자는 '사장도 근로자처럼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1인)자영업자 사회보험 가입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게 이번 지원은 최소한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사회보험의 진짜 가치는 막상 일이 끊기거나 사고가 났을 때 체감된다"며 "자격이 되는 분들이 빠짐없이 신청할 수 있도록 상시 접수 체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업 신청은 전북소상공인광역지원센터 홈페이지 온라인 접수 또는 전화·방문을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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