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에 음란사진' 교권침해 아니라고?…결국 행정심판 간다

전북교육청, 지역교보위 결정에 행정심판 청구, 8월 중 결과 나올 듯
전북교육인권센터, 피해 교사 만나 심리회복 등 적극 지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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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여교사에게 음란사진과 성희롱 메시지를 전송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활동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지역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의 심의결과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교원단체가 연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면서 교보위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면서다. 백승아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의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전북교육인권센터가 직접 행동에 나섰다. 피해 교사를 대신해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이에 해당 사안은 전북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을 받게 됐다.

29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전북교육인권센터는 이날 A 고교 사안에 대한 해당 지역교보위의 심의 결과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교권침해가 아니다'라는 지역교보위의 심의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북교육인권센터 관계자는 "피해 교사는 물론이고 교원단체 등도 지역교보위가 이 사안을 너무 좁게 해석해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심의 결과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행정심판을 통해 이를 다시 판단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해 교사를 대리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행정심판이 청구되면서 이 사건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상급기관인 전북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판단을 받게 됐다.

도교육청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번 달 중 행정심판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이 사안을 최우선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교권보호위원회 운영 개선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도교육청은 위원 선정과 운영 절차 등 위원회 전반에 대한 점검은 물론이고 위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연수도 강화할 계획이다.

김명철 전북교육인권센터장은 "피해 교원의 빠른 회복과 교단으로의 복귀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안을 거울삼아 상식에 어긋나거나 교육활동보호 매뉴얼 등에 반하는 결과나 나오지 않도록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대한 관리와 지도, 연수와 컨설팅 등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준영 전북교총 회장이 23일 전북교육청에서 최근 도내 한 지역 교보위가 내린 결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뉴스1 임충식 기자

한편 문제가 된 사건은 지난 6월 발생했다.

전북교총에 따르면 지난 6월 18일 도내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SNS를 통해 여교사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찍은 사진과 성희롱성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메시지는 자동 삭제 기능이 포함된 이른바 '폭탄 메시지'였다. 이 교사는 수업 운영과 학생 상담 등을 위해 SNS를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퇴근 후 음란사진과 메시지를 받고 놀란 교사는 이를 학교에 알렸고 학교 측은 긴급분리 조치와 함께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에 교보위 개최를 요청했다.

하지만 교보위는 이 사안에 대해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SNS 채널을 전달한 것이고 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방과 후라 교육활동과 연관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교보위 결정으로 피해 여교사는 학생과 한 공간에서 지낼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해당 학생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원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준영 교총 회장은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사적 SNS 공간이 아닌 교육목적으로 활용되던 채널에서 발생한 중대한 디지털 성폭력"이라며 "SNS라는 이유만으로 '교육활동 외 공간'으로 분류한 이번 결정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며 시대착오적 판단"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도 "이 사건은 통신매체음란죄 요건에도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법률적으로도 명백한 교육활동 침해다"며 "교사를 대상으로 한 명백한 성폭력 행위가 정당한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에 참담하다.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