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니까 사료도 안 먹어요"…축산 농가 애간장 녹이는 폭염

전북 남원서만 하루 새 닭 1만3000마리 폐사
무더위에 커지는 위기감…전북도 "재해 보험 등 예방 사업 추진"

전북 남원시 수지면에 위치한 한 양계장의 모습. 2025.7.10/뉴스1 장수인 기자

(남원=뉴스1) 장수인 기자 = "날이 더우니까 닭들이 밥을 안 먹어요. 그러니까 중량이 안돼 출하 시기는 길어지고 (결국) 폐사하는 거죠. 긴장 모드입니다."

폭염 경보가 평년보다 한 달가량 빠르게 발효되는 등 연일 계속되는 가마솥더위에 가축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11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하루 동안 도내에서는 닭 2만 8663마리가 죽었다. 이 중 1만3000여 마리는 남원에 위치한 농장 2곳에서 폐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원은 지난달 27일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데 이어 지난 2일부터 폭염경보가 유지되고 있다. 이달 8일부터는 3일 연속 열대야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폭염에 닭과 돼지, 오리 등 축산 농가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농장주들은 머리를 맞대고, 폭염 대응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남원 수지면에서 5년째 양계농장을 운영하는 오 모 씨(40대)는 "병아리를 농장에 들여 출하까지 32~34일 정도 걸린다"며 "출하를 하려면 1.7㎏까지 중량을 해야 하는데 무더위에 닭들이 사료를 잘 먹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중량이 안되면 출하 기간을 늘리게 되는데 아무리 농장 안의 온도를 관리해도 닭들이 장시간 더위에 노출돼 결국 죽는다"며 "우리 농장은 이제 막 병아리를 들여 이달 말부터 8월 초가 가장 중요한데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출하 시기가 임박한 닭들이 버틸 수 있는 기온은 32도 내외다. 하지만 최근 도내 대부분 지역의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는 등 폐사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다.

오 씨는 "병아리 때는 온도가 높아도 잘 버티는데 클수록 더위를 힘들어해 쿨링패드 등을 준비한 상황"이라며 "닭들이 한번 폐사하면 수천마리씩 피해가 발생하다 보니 긴장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여름은 지난해(7월 21일)보다 한 달가량 빠르게 폭염 경보가 발표됐다. 이는 최근 5년간의 폭염경보 발표일과 비교했을 때도 격차가 크다. 기상청은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올라 매우 무더울 것으로 전망한다.

전북도 관계자는 "최근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량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가축 사육환경 개선, 스트레스 완화제 지원, 가축 재해 보험 등 폭염 예방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8일부터 전날 오후 5시까지 도내에서 폐사한 가축은 총 8만 7144마리다. 지역별로는 남원의 피해(2만 8861마리)가 가장 컸다. 이어 정읍(1만 7452마리), 부안(1만 910마리), 김제(7922마리), 익산(6027마리) 순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