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쪼개기엔 너무 아쉬운 '무진장' 선거구
60년간 함께 묶여 '동질감'…선거구 조정으로 분리될 위기
주민들 "하나였는데 아쉬울 것" 지방의회 "분리는 주민 무시"
- 김동규 기자
(전북=뉴스1) 김동규 기자 = 전북에는 ‘무진장’이란 곳이 있다. 전북에 사는 대부분 사람들은 ‘무진장’하면 어디를 말하는지 안다.
전북을 다니다 보면 ‘무진장 신발’, ‘무진장 삼겹살’, ‘무진장 중화요리’, ‘무진장 횟집’ ‘무진장 여객’ 등 이곳의 지명을 쓴 간판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무진장’은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무진장’은 뭔가가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기도 해 사람들 귀에 속속 들어온다.
제5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무주와 진안, 장수가 각각의 선거구였다. 전북에서만 24명을 뽑던 시절이다.
하지만 1963년 제6대 국회의원 선거는 전북에서 11명만 선출해 무주와 진안, 장수가 하나의 선거구로 묶여졌다. 이때가 ‘무진장’의 시작이다.
제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안이 단독 선거구가 됐고 장수와 무주에서 1명을 뽑아 잠시 떨어졌던 때를 제외하고 ‘무진장’은 21대까지 60여년을 한 선거구로 함께 해왔다.
출신지를 묻는 질문에 무주나 진안, 장수라고 답하면 “무진장 사는구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무진장’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도 강하다.
‘무진장’은 인구가 줄면서 제17대와 제18대, 제19대는 인근 임실군과 묶여졌다. 이어 제19대 선거에서는 임실군이 떨어져 나가고 완주군과 합쳐졌다. 선거구가 조정돼도 ‘무진장’은 늘 함께였다.
이러다보니 무진장의 표심은 항상 한곳으로 모아진다. 임실이나 완주와 합쳐졌던 제17대부터 보면 정세균(진안), 박민수(장수), 안호영 의원(진안) 등 모두 이곳 출신들이 당선됐다.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한 정세균 의원은 제18대 선거에 종로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무진장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처럼 오랫동안 한 선거구로 묶여졌던 '무진장'이 쪼개질 위기에 놓이자 주민들이 불안감과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전북이 현재의 10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구 하한선에 미달된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와 무진장이 포함된 완주·진안·무주·장수 선거구가 조정되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무진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남원과 선거구를 합치고 완주·임실·순창으로 조정을 해야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와 장수군을 합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무진장에서 장수가 떨어져 나가게 된다.
그러자 장수군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무진장은 역대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수십 년을 함께한 동반자”라며 “장수군을 무진장에서 분리하는 것은 장수군민뿐만 아니라 진안과 무주군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반발했다.
장수군민들만이 아니다. 무주와 진안에서도 무진장이 쪼개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들이 많다.
주민 최모씨(58·무주군)는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무진장은 하나였다”면서 “이번 제22대 선거에서 장수군이 분리된다면 이제 무진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진안출신 권모씨(60·전주시)도 “전주에 살면서 '무진장'하면 항상 동질감을 느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진장이 분리되는 것을 아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무진장'에서 장수가 분리되는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여야 합의를 통해 선거구를 조정하게 된다. 조만간 선거구가 획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무진장' 주민들이 여야의 논의와 결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kdg206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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