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예비군 훈련, 실전처럼"…남원 과학화 예비군훈련장 가보니

VR모의사격, 마일즈 장비 활용 시가지 전투, 현대식 실내사격 등
예비군 "훈련 만족"…육군35사단 "정예 예비군 육성에 앞장"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예비군 훈련이 4년 만에 정상화된 28일 전북 남원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가상현실(VR) 영상모의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2023.3.28/뉴스1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28일 오전 10시께 육군 35사단 전북 남원 과학화 예비군훈련장. 올해 첫 번째 예비군 훈련이 시작된 훈련장에서는 교관들의 목소리와 총소리로 가득했다. 훈련 이틀째인 이날에는 103명의 예비군들이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VR영상모의 사격훈련장에서는 연신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눈앞에 펼쳐진 화면에는 전북 남원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무장한 미상 인원 수십여명이 침투하는 영상이 나왔고, 이내 전투가 벌어졌다.

민방위 7년차인 취재진도 군복과 방탄모를 쓴 채 사격을 개시했다. 엄폐와 탄창 교환을 반복하며 가상현실(VR) 화면 속 전투상황에 집중했다.

3분가량이 지나자 주어진 120발의 탄약이 모두 소진됐다. 탄약이 소진된 기자는 머리에 총을 맞고 전투불능이 됐다. 다행히 다른 팀원들이 선방해 준 덕분에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5년차 예비군 이성현씨(28)는 "VR훈련을 해보니 전투상황에서 실제 은·엄폐를 할 수 있어 신기했다"며 "전장상황을 모의로 경험해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예비군 훈련이 4년 만에 정상화된 28일 전북 남원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마일즈 장비를 착용하고 시가지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2023.3.28/뉴스1

예비군 훈련의 피날레는 '마일즈 장비'를 착용한 채 진행하는 시가지 전투였다.

청군과 황군 각 팀당 10명씩 구성된 예비군들은 전투에 앞서 '워게임 전술토의' 공간에서 작전을 세웠다.

이후 두 팀의 준비가 끝나자 '삐' 소리와 함께 녹색·빨간색 연막탄이 터졌다. 이것을 신호로 투 팀 사이의 전투가 벌어졌다.

"74번 사망, 79번 사망", "61번 사망, 68번 사망"

팀원이 전사했다는 안내방송에 돌진하던 다른 예비군들도 덩달아 사망했고, 시가지 전투는 황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

6년차 예비군 김용진씨(29)는 "과거 과학화 장비가 없었을 때에는 훈련 중에 옷에 흙이 많이 묻고,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교육영상만 보다가 훈련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전투를 실전처럼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훈련이 재미 있으면서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예비군 훈련이 4년 만에 정상화된 28일 전북 남원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마일즈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2023.3.28/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중단·축소됐던 예비군훈련이 4년 만에 정상 시행됐다.

35사단은 시·군·구 단위로 산재돼 있던 예비군 훈련장을 지역별로 권역화해 현대식 과학화 훈련장의 예비군 훈련대를 창설했다. 전북지역에는 남원과 정읍 등 2곳의 예비군 훈련장이 과학화·현대화 훈련체계를 갖췄다.

남원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의 경우 지난 21년 12월 공사가 완료, 과학화된 훈련체계와 장비시스템이 구축됐다.

과학화 예비군 훈련의 가장 큰 장점은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다양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날씨에서도 사격 훈련이 가능한 현대화된 실내사격장은 방탄유리로 제작된 칸막이와 도비탄(장애물에 닿아 이탈하는 총알)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표적지가 레일을 따라 사수 앞으로 이동토록 자동화되어 있어 안전한 훈련이 가능하다.

사격 간 발생하는 소음도 흡음판, 방음문 등을 통해 차단되어 주민들의 소음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또 전자 탄창과 레이저 발사기, 감지기 등 마일즈(MILES) 장비의 교전 장비체계를 활용한 시가지 전투 수행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 상황을 제공한다.

유창욱 중령(남원 예비군훈련대장)은 "지역 안보를 책임지는 예비군들을 위해 실전적이고 체계화된 훈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며 "앞으로도 과학화된 실전적인 훈련으로 전투형 예비군 육성을 통한 결전태세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