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안미현 검사 "검수완박으로 검찰·경찰 정치적 싸움 붙여"

전주지검 평검사 기자간담회…"검수완박 반대, 검찰 변화 과정에 있다"

'계곡 살인' 사건이 최초로 접수됐을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했던 안미현 전주지검 검사(사법연수원 41기)가 21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검 중회의실에서 '검수완박'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2022.4.21./ⓒ 뉴스1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검찰과 경찰은 협력해야 하는 관계인데, 정치적으로 싸움을 붙이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했던 안미현(사법연수원 41기) 전주지검 검사가 21일 오전 전주지검 7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 검사를 비롯해 정지영(연수원 37기)·강재하(46기) 검사 등 전주지검 소속 평검사 3명이 참석했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계곡 살인' 사건이 최초로 접수됐을 당시 의정부지검 영장전담검사였던 안 검사는 지난 15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계곡 살인 사건은 검사에게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권이 있어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당시 경찰 의견대로 내사 종결한 것에 대해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한 바 있다.

이날 모두 발언에 나선 정지영 검사는 "검수완박 법안은 사실상 형사사건 기소 전 두 번 검토받을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며 "경찰이 수사하고 송치한 사건 중 물적 증거를 수집하는 데 검찰이 보완 수사를 전혀 할 수 없고 단지 보완 수사만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취지다.

정 검사는 이어 "검찰은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직업이 아니라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수사 등에 대해) 중간에 통제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직업"이라며 "'검수완박' 법안은 죄를 지은 사람들을 절차적으로 최대한 빠르게 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검사는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공수처가 설치됐지만 시행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부실 수사 논란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며 "이번엔 논란의 대상이 공수처지만 다음엔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슬픈 역사만 반복될 뿐"이라고 했다.

전주지검 형사제2부 정지영 검사(가운데)를 비롯한 평검사들이 21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검 중회의실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21/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이날 전주지검 평검사들은 검찰 내부 반성 없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하는 것은 '기득권 지키기'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안 검사는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볼 때 검찰이 터무니없이 모자랄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희가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상황이 아니고,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대검의 압수수색이 언론에서 보도됐던 시기에 이뤄지지 않았고, 그 뒤 임의 제출에 가깝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피의자들은 선배 검사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만약 검찰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수사가 이뤄졌더라면 '과연 더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을 갖는다"고 했다.

강재하 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 이후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사건 기록을 본 것이 아니어서 정확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검찰이 잘못한 부분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검찰 내부 자정 노력과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에 대해 검사마다 생각이 달라 조심스럽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검찰이 수사 개시를 하지 않고 경찰 등 타 기관에서 수사를 한 뒤 법리적인 문제를 다루거나 사법적인 통제 역할을 하는 게 그나마 저희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2명이 지난 15일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는 내용과 법 시행을 3개월 유예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민주당 계획대로 법안이 처리돼 5월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면 8월부터 시행된다.

iamg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