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태권도 종주국 위상 무너질 수도…”
김경원 美태권도교육재단 이사장 “태권도의 산업화 고민할 시점”
- 박효익 기자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스페인에서는 한국 태권도 단증을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국기원 사범 자격증이 있어도 현지 자격증을 다시 따야 합니다. 태권도 종주국으로 한국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김경원 미주태권도교육재단(US Taekwondo Education Foundation; USTEF) 이사장은 이 같은 현상이 또 다른 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민국이 태권도의 종주국인 게 명실상부한데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권도 세계지도자 포럼 참석차 방한한 김 이사장은 10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도 스페인과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게 김 이사장의 생각이다.
김 이사장은 “태권도가 초기 미국에 보급될 당시와 달리 현재 미국인 사범과 한국인 사범의 비율은 7대 3정도로 역전된 상태”라며 “지금 대부분의 한국인 태권도 사범들이 태권도로 코리안 드림을 이룬 1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뒤 미국에서 한국인 사범을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태권도는 한국의 자산이기 때문에 종주국인 한국의 주도로 태권도의 세계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권도는 정신을 다루기 때문에 이를 배우면 생각도 동양적으로, 한국적으로 변하게 된다”며 “한민족이 가진 홍익인간 정신을 태권도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구태의 답습을 현 상황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단지 무도인을 길러내는 데 치중하다 보니 오히려 태권도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범과 경기에만 신경을 쓰니까 확장성이 없다”며 “매년 태권도 인력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데, 그 우수한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나 고민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한국의 태권도인들이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단순히 도장을 차리게 하는 게 아니라 공교육 교육자를 양성해 해외에 파견하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이사장은 미주 최초로 태권도를 공교육 과정에 채택하게 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재외유공동포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매사추세츠와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미시간, 켄터키,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미주리, 로드아일랜드 등 미국 11개 주 600여개 공립학교에서 현재 USTEF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수백개 학교에서 태권도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한 것은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여겨서다. 태권도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일선 교사들과 학교장들이 몸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미국의 사회적 문제인 △아이들의 비만 △핵가족화에 따른 이기주의 △주의력 결핍증(ADHD) 등을 태권도 교육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진행하는 범국민적 캠페인 ‘레츠 무브’ 프로그램의 한 파트를 태권도가 차지하고 있다. 태권도가 비만의 해결책이란 것을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인증한 것이다.
태권도를 통해 팀워크를 배우며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도 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혹은 도장에서 배우는 것이라면 태권도를 좋아하는 아이들만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정규 체육과목이기 때문에 한 반, 또는 한 학년 전체에 열외가 없다.
김 이사장은 “축구를 예로 들면, 잘하는 아이들을 11명씩 2팀으로 구성해 경기를 시키면 나머지 학생들은 응원만 해야 한다. 못하는 아이들은 소외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태권도는 100명이든, 200명이든 인원 제한이 없어 다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팀 트레이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태권도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태권도를 배우고 나서 ADHD 약물을 끊은 사례도 여럿이다. 집중력 훈련으로 학업 성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참는 법도 배운다. ‘차렷’은 호흡을 가다듬고 움직이지 않는 태권도의 기본자세다.
김 이사장은 “사례 분석을 통해 확인된 이 같은 태권도의 교육 효과 때문에 더욱 많은 미국의 공립학교들이 태권도 공교육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현재 사범 1명 당 10개 학교를 맡을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해외 태권도 교육 전문가의 양성이 절실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서 태권도 공교육을 원하는 학교들이 많아질수록 국내 태권도인들의 일자리도 늘게 된다”며 “무엇보다도 세계인을 상대로 한 조기 인성교육을 통해 한국 태권도 정신이 확산되는 게 가장 큰 효과”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태권도 교육과 산업화를 불가분의 관계로 보고 있다. 태권도 교육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된 미국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한류바람이 불어 한국 상품이 잘 팔리게 되는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까지도 태권도로 국위선양을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태권도가 어떻게 국가에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태권도의 산업화는 국내 관련 대학들의 연구개발은 물론,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whicks@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