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체 사망 시점 밝히는 국내 연구기법 마련된다"

전북 경찰 등 3개 기관, 수중 시체 및 증거물 입수시점 추정 실험
올 11월 중 실험기법 도출해 2017~8년 국내 일반화 시킬 예정

21일 전북 김제시 백구면 담수호에서 실시한 수중 시체 및 증거물의 압수시점 추정 연구실험에서 전북지방경찰청 관계자가 시체를 대신해 사용하는 돼지 사체를 차량에 고정시키고 있다.2016.6.21/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전주=뉴스1) 박아론 기자 = 부검을 통해서도 알 수 없는 '수중 시체의 부패 시점'을 밝히는 연구실험이 전북 김제에서 진행된다.

전북지방경찰청, 해양경비안전연구센터, 순천향대학교는 21일 오전 10시30분 김제시 백구면 폐석장 담수호에서 전북대의대 법의학 연구실, 국방부 과학수사팀, 육해군 중앙수사대 등 전문 및 관련 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중시체 및 증거물 입수시점 추정 실험'에 착수했다.

익사체의 부패 정도가 심해 미궁으로 빠졌던 '김제 담수호 사건'을 계기로 익사체의 과학수사기법을 마련하고자 2015년 10월15일 국내 최초로 진행됐던 기초실험에 이어 마련됐다.

김제 담수호 사건은 2012년 10월26일 김제 담수호에서 발견된 익사체로 발견된 A씨(50·당시 40대)의 시신의 부패가 심한 데다 국내에서 익사체의 사망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과학적 수사기법이 도입되지 않아 사망 시점 및 사인 등이 미궁으로 빠진 사건이다.

당시 경찰 통신 수사 결과 통신 기록이 끊긴 그해 3월1일을 시점으로 사망 시점을 추정했으나, A씨가 한 달 전인 2월께 보험을 들면서 유가족과 보험사는 현재까지 A씨의 보험금 지급을 위한 사망시점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공동연구팀은 앞선 실험에서 10도 미만의 수온에서 50~60㎏의 수중시체는 약 48시간 안에 부유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1일 전북 김제시 백구면 담수호에서 실시한 수중 시체 및 증거물의 압수시점 추정 연구실험에서 전북지방경찰청 관계자가 시체를 대신해 사용하는 돼지 사체를 놓고 실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16.6.21/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또 48시간 내에 어느 정도의 시점에 시체의 '변색-체내 가스 발생-피부 벗겨짐' 등의 과정이 일어나는지 수중 시체의 부유 전 부패 추이도 알아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앞선 실험에 이어 수중 시체 및 증거물의 정확한 입수 시점과 부패가 진행되는 시점을 밝히는 연구기법을 도출해 국내 일반화 시키고자 이번 2차 실험에 나선 것이다.

실험은 실제 변사사건의 현장 및 환경 조건과 유사하게 구성한 가운데 활돈이 아닌,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거쳐 안락사시킨 40㎏ 돼지를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실제 환경과 유사한 상태를 만들고자 폐차 안에 의복을 입힌 돼지를 넣어 함께 물에 빠뜨린 뒤, 의복을 입은 돼지와 일반 돼지의 상태를 구별해 진행 추이 및 차이를 살피기로 했다.

연구팀은 돼지를 각각 수심 10㎝, 5m, 10m 아래 위치해 두고 수중 설치된 CCTV를 통해 24시간 매분 추이 상태를 기록하게 된다.

또 매일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원들이 수중으로 들어가 상태를 파악한다.

21일 전북 김제시 백구면 담수호에서 실시한 수중 시체 및 증거물의 압수시점 추정 연구실험에서 전북지방경찰청 관계자들이 돼지사체가 들어있는 차량을 담수호에 넣고 있다.2016.6.21/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실험 방법은 '돼지로 부패지수와 현장의 누적 온도값 등을 이용한 연구기법', '수중에서 착생하는 조류(플랑크톤)를 이용한 사후 경과시간 추정 연구기법', '수생곤충(날도래, 먹파리, 깔따구 등)의 성장 속도를 이용한 사후 경과 시간 추정 연구기법' 등 총 3가지 연구기법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가운데 연구팀은 '날도래'라는 수생곤충이 의복 등에 착생(생물이 다른 물체에 붙어서 살아가는 상태'해 1년 경과 시, 착생한 곳에 집을 지어 놓는다는 사실을 통해 사후 경과 시간을 추정하는 기법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올 8월 중 해경경비안전본부의 전용부두에서 유사한 조건으로 해수 실험을 해 담수와 해수를 오가며 교차 비교연구를 추진한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 도입된 3가지 기법 중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연구 기법을 11월 중 도출해 2018년까지 전북 14개 시·군 저수지에 이 기법을 도입, 수질환경에 따라 변사자의 사인을 밝힐 연구기법을 구축해 일반화시킬 예정이다.

이로써 국내 익사체의 사인을 밝히는 일반화시킬 연구기법을 완성시킨다는 계획이다.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전북경찰청의 법곤충·수중실험 노하우와 해경연구센터의 수중생물 연구역량, 순천향대의 차세대 유전자분석기술(NGS)을 접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기관간 공동연구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유관기관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현장에서의 검시의학적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강력사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학수사 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전북 김제시 백구면 담수호에서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등이 돼지 사체를 담수해수에 빠뜨리고 있다.2016.6.21/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ahron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