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참았던 숨, 밥상 위 온기로…'ᄌᆞᆷ녀 숨비소리' 가득한 이곳
[제주어 가게로 보는 제주 Ⅱ] ① ᄌᆞᆷ녀 숨비소리 식당
'ᄌᆞᆷ녀'는 해녀, '숨비소리'는 해녀가 숨 내뱉는 소리
- 오미란 기자
(서귀포=뉴스1) 오미란 기자 =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옷깃을 스치던 지난 10일 오후 서귀포시 법환동 해안가.
제주올레길 중에서도 경치 좋기로 으뜸인 7코스를 따라 바닷가로 더 내려가니 푸른 바다 너머 웅장하게 솟은 범섬이 한눈에 담기는 아담한 공간이 드러났다.
둘러보니 간판에 적힌 상호 마저 정겹다.
식당 'ᄌᆞᆷ녀 숨비소리'다.
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에 따르면 'ᄌᆞᆷ녀'는 옛 문헌과 그림에 언급된 '잠녀(潛女)'를 제주어로 발음한 것이다. 바닷속에서 무호흡으로 전복, 소라, 미역 등을 따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여성, 해녀를 뜻하는 단어다. 옛날에는 'ᄌᆞᆷ녀굿', 'ᄌᆞᆷ녀옷', 'ᄌᆞᆷ녀질'처럼 합성어나 파생어로도 쓰였다.
'ᄌᆞᆷ녀'는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제주어가 아니어서 더욱 반갑다. 지난 2015년 제주도가 'ᄌᆞᆷ녀', '잠녀', '잠수어업인' 등으로 혼용되던 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되던 '해녀'로 일원화하면서, 현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국가무형유산 등에는 모두 '해녀'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숨비소리'는 이 해녀들이 바닷속에서 꾹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을 때 내는 휘파람 같은 소리다. 개정·증보 제주어사전(2009년)상 '숨을 죽이고 물속으로 들어가다'라는 뜻의 '숨비다'가 그 어근이다.
어감은 상당이 아름답지만, 사실 숨비소리는 몸속의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고 신선한 산소를 빠르게 들이마시기 위한 생존의 호흡법이다. 해녀들은 먼바다에서도 이 소리로 동료들의 위치와 안전을 확인한다고 한다.
'ᄌᆞᆷ녀 숨비소리'는 온전히 해녀의, 해녀에 의한, 해녀를 위한 식당이다.
먼저 운영은 해녀들이 소속돼 있는 법환동 어촌계가 하고 있다. 터를 마련하고, 건물을 짓고, 개보수를 하고,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수급해 오는 일까지 두루 맡고 있다.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180도 범섬 뷰 인테리어도 어촌계의 최근 작품이다.
직원도 모두 해녀다. 자연산 전복죽부터 소라·성게죽, 소라회국수, 성게국수, 전복회, 문어숙회, 뿔소라회, 텃밭 채소로 만든 제철 반찬까지. 이곳에서 판매되는 모든 음식에는 해녀들의 손맛이 듬뿍 담겨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해녀 양경자 씨(66)는 "어디서 배워 온 음식이 아니라 대대로 내려오는 삶의 지혜가 담긴 음식들"이라며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제주도민들도, 관광객들도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수익은 근무 조가 바뀌는 닷새에 한 번씩 정산된다. 순수익에서 관리·운영비만 뺀 나머지를 직원들이 나눠 갖는 식이다. 직원들은 손님을 많이 받을수록 돈을 더 벌게 되는 구조라며 동기 부여도 되고, 만족도도 높다고 입을 모았다.
거친 바닷속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따뜻한 밥상 위 온기로 치환되는 이곳, 'ᄌᆞᆷ녀 숨비소리'를 두고 고승철 어촌계장은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고 웃으며 두 손을 맞잡았다.
그는 "어머니와 누님 모두 해녀인데, 모든 해녀가 그렇듯이 옛날에는 정말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참 어려운 시절을 지나온 분들이 바로 우리 해녀들"이라면서 "이제는 이런 공간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1 제주본부와 제주도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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