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장례 안 치러도 돼요"…제주 첫 동물장묘시설

공설 동물장례시설 '어름비 별하늘 쉼터'
갑작스럽게 사고당한 관광객도 이용

반려동물 안치함/ⓒ 뉴스1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이 모 씨(33·여)는 지난 5월 10년 넘게 키운 반려견 '하루(포메라니안)'를 잃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것도 가슴 아프지만 무지개다리 넘어서도 하루가 제대로 안식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이 이 씨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공식적으로 등록된 반려견수는 2023년 6만1139마리에서 7만974마리로 증가하고 있다. 등록되지 않은 반려견을 포함하면 9만5000마리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반려동물 가구는 증가 추세지만 하루가 숨질 당시만 해도 제주에는 전용 장례시설이 없어 몰래 매장하거나 타 지역 장묘시설까지 가서 화장해야 했다. 원칙적으로 반려동물 사체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취급하지만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었다.

결국 이 씨는 민간이 운영하는 이동형 화장시설에서 간단히 장례를 치른 뒤 유골함을 집에 보관하기로 했다. 그러나 습도가 높은 제주에서 집에 유골함을 보관하면 관리가 어려워 마음을 졸였다.

그러던 중 제주에 처음으로 공설 동물장묘시설이 개장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유골함을 옮겼다.

제주도는 지난 7월부터 제주시 애월읍 어음2리 반려동물복지센터 내 공설 동물장묘시설 '어름비 별하늘 쉼터'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는 화장시설(화장로 2기)과 봉안시설을 갖췄다. 봉안시설 규모는 유골봉안 200기, 자연장지 1500기로 계획됐다. 어름비 직원들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자격을 갖췄다.

어름비로 유골함을 옮긴 뒤에도 이 씨는 틈만 나면 이곳을 찾아 하루의 안부를 물었다.

이 씨는 "다른 반려동물과 함께 있으니 하루가 덜 외로울 것 같다"며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인 만큼 신뢰가 더욱 가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반려동물 장례용품/ⓒ 뉴스1 고동명 기자

어름비 장례시설을 이용하는 동물은 반려견과 반려묘가 대부분이지만 조류, 도마뱀, 토끼 등 종류가 다양하다.

어름비 이용객들은 화장 후 유골함을 가져가거나 임대료를 내고 봉안당에 맡길 수 있다.

도민뿐만 아니라 제주에 여행을 왔다가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반려동물을 잃고 장례를 치르는 관광객도 있었다고 한다.

봉안당 안치함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지냈던 사진과 그들을 그리워하는 쪽지가 가득했다.

김준웅 별하늘 쉼터 팀장은 "그동안 도민들은 제주에 반려동물 장례시설이 없어 바다 건너 타 지역에서 장례를 치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했다.

김준웅 팀장은 "어름비는 공설시설이어서 관리가 체계적이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보호자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