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제주도의 시간' 온다…위성곤 도정 갈등관리 시험대

10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내년 상반기 도민의견 수렴
갈등조정협의회 놓고 찬반 측 이견…첫 단추부터 난항

제주 제2공항범도민추진위원회와 제주상공회의소, 제주경영자총협회, 제주도관광협회, 제주도건설업연합회 회원들이 9일 제주도청 정문에서 열린 '제2공항 건설 촉구 범도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6.9.9 ⓒ 뉴스1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국토교통부가 10월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주도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영향평가서 검토와 도민 의견수렴,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제주도의 시간'이 다가온다는 평가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환경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2027년 상반기까지 도민 의견을 수렴해 제주도의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갈등 해결의 출발점으로 제시한 민관협의회 격인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를 놓고 찬반 단체가 엇갈린 목소리를 내면서 위성곤 도정의 갈등관리 능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5년 발표 후 11년…환경·안전성 논란 속 갈등 장기화

제주 제2공항 사업은 2015년 11월 정부가 서귀포시 성산읍을 입지로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성산읍 일대 551만㎡에 활주로 1본과 여객·화물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1단계 총사업비는 5조 4532억 원이다.

찬성 측은 제주국제공항 포화와 항공 안전 문제 해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대 측은 항공 수요 과다 예측과 환경 훼손, 공동체 붕괴 등을 우려하며 반발했다. 조류 충돌과 숨골·지하수 영향, 용암동굴 존재 가능성, 법정보호종 서식 등이 핵심 쟁점이다.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2021년 환경부에서 반려됐다가 보완을 거쳐 2023년 조건부 협의를 통과했다. 이어 2024년 9월 기본계획이 고시되면서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절차에 들어갔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임박…'제주도의 시간'

제2공항 갈등은 10월 국토부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하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는 국토부와 제주도가 협의하고 제주도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초안이 제출되면 주민 의견 수렴과 전문기관 검토,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 등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조류 충돌과 숨골·지하수, 용암동굴 가능성 등 환경 쟁점뿐 아니라 항공 수요와 주민 보상, 상생 대책까지 다시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제주도는 2027년 상반기까지 도민 의견 수렴을 마치고 공식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다만 제주도가 정하는 것은 제2공항 건설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아니라 도민 의견을 토대로 한 제주도의 공식 입장이다. 사업 추진에 대한 최종 권한은 국토부에 있다.

중점평가·교차검증·도민 의견 수렴…'3대 원칙'

위성곤 도정은 제2공항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환경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3대 방침을 제시했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 즉시 중점평가사업 지정, 전문기관 교차검증 확대, 제주도의회 동의에 앞선 도민 의견 수렴이다.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되면 일반 환경영향평가보다 강화된 검토 절차가 적용된다.

제주도는 용암동굴 분포 가능성과 숨골·지하수 영향, 조류 충돌 위험성 등을 여러 전문기관이 교차검증하도록 할 계획이다.

핵심은 도민 의견 수렴이다. 제주도는 도의회 동의 전에 도민 의견 수렴을 마치고 그 결과를 국토부에 전달한다. 의견 수렴 방식은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에서 논의한다. 주민투표와 공론조사, 여론조사, 숙의형 공론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위 지사는 개인적으로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도지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도민이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제주도는 2027년 초까지 의견 수렴 방식을 결정하고 상반기 중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 타운홀미팅이 열리는 제주시 한라컨벤션센터 앞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반대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6.3.30 ⓒ 뉴스1 오미란 기자
도민 의견 수렴 '온도 차'…"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놓고는 찬반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제주도는 협의회를 구성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 전까지 항공 수요와 주민 보상, 상생 대책 등을 다루고 초안 제출 이후에는 환경 쟁점 검증까지 맡길 계획이다.

그러나 찬성 단체들은 협의회가 이미 진행 중인 국책사업을 다시 원점에서 논의하고 행정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제주제2공항범도민추진위원회와 제주상공회의소 등은 "제2공항의 필요성과 추진 여부를 다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협의체가 아니라 도지사의 책임 있는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도 법과 절차에 따른 조속한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진보당 제주도당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협의회 구성을 환영하면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비상도민회의는 환경 쟁점뿐 아니라 항공 수요 재예측과 대안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첫 관문은 갈등조정협의회의 구성과 논의 방식에 대해 찬반 양측이 최소한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느냐다.

도민 의견 수렴 방식과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주민투표든 공론조사든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주도의 시간'이 열리는 가운데 위성곤 도정의 갈등관리 능력도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