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상급병원 1호' 핑크빛 꿈 꾸는데…산모는 헬기 타고 육지로

주요 산부인과 폐원…제주대병원 산과 전문의 1명
쌍둥이 임신부 불안감 "육지 병원 알아보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김민지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제주도 내 첫 상급종합병원 지정 가능성에 지역사회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필수의료인 분만 현장은 무너지고 있어 도민들의 '의료 현실'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서 산부인과는 필수진료과목이다. 필수진료과목에는 전속 전문의 1명 이상을 두도록 하고 있다. 또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상시 입원환자 진료체계를 갖춰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정명령이나 지정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는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한라병원이 경쟁에 나섰다. 오는 12월 지정 결과가 나오면 내년 1월부터 운영이 시작된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와 별개로 제주에서 '필수' 진료인 분만체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대병원 산과 전문의 1명…커지는 '공백'
제주대학교병원 접수처. ⓒ 뉴스1

제주대병원의 경우 산과 전문의는 올해 연말까지 1명으로 줄어든다. 현재 이 병원 산과 교수 3명 가운데 1명은 휴직 중이다. 다른 1명도 9월부터 3개월간 휴직에 들어간다.

문제는 분만 수요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제주대병원은 2024년 1~9월 월평균 46건의 분만을 했다. 이 가운데 67.1%가 고위험 분만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 9~12월 4개월 동안 산과 전문의 1명이 약 120건의 고위험 분만을 맡아야 하는 셈이다.

실제 올해 제주대병원 산과 진료 초진 예약은 이미 꽉 차 더 이상 접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대병원은 권역모자의료센터로서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 진료의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권역모자의료센터 운영 기준에는 산과 전문의 4명 등이 요구된다.

병원 측은 산과와 부인과 교수들이 야간 당직을 나눠 맡고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진료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위험 분만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응해야 하는 권역센터의 특성을 고려하면 인력 부족에 따른 부담은 불가피하다.

제주한라병원 사정도 녹록지 않다. 기존 환자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분만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일반 분만은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지난 8월 29일에는 제주시의 대표적인 분만기관이었던 서해산부인과가 문을 닫았다. 사실상 제주에서 일반 분만이 가능한 곳은 서귀포의료원 1곳과 제주시 소재 산부인과의원 4곳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험 임산부 49명 도외 이송…커져가는 '불안'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소방헬기. ⓒ 뉴스1 홍수영 기자

제주 산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제주도 온라인 게시판에는 자신을 쌍둥이를 임신한 7주차 산모라고 밝힌 도민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당장 제주대병원 예약이 어렵게 되자 "서울, 부산 등 육지 대학병원의 진료예약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태임신 및 고위험 임산부가 제주에서 안정적으로 진료와 분만을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 마련' 등을 호소했다.

산모들의 걱정을 단순한 불안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고위험 임산부를 맡아줄 병원은 물론 도내 유일한 제주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도 병상이 부족해 다른 지역 이송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지난 8월 25일까지 고위험 임산부 49명이 소방헬기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송됐다. 최근에는 지난 6월 임신 27주 세쌍둥이 산모가 대구로 이송됐고, 8월에도 임신 24주 산모가 부산으로 옮겨졌다.

행정에서도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현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위성곤 도지사는 당선인 시절인 지난 6월 서해산부인과 폐원 문제를 계기로 산부인과 의료진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전문인력 확보와 응급이송, 산과·마취과 협력체계 등을 논의했다. 산모·신생아 응급진료체계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제주가 첫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성공하더라도 분만의료 공백 문제는 별개의 과제로 남는다. 산과 전문인력 확보와 응급분만, 신생아 진료체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gw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