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실종 허위종결 사건이 8년만에 소환한 '제주 괴담'

2018년 여름 세화포구 여성 실종사건 당시도 의혹 확산
경찰 등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신 원인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실종자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앞을 여행객들이 지나고 있다. 2026.8.26 ⓒ 뉴스1 안은나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실종 사건 후 괴담 확산…제주도 전전긍긍' '여성 실종 사건 등 부정적 이슈 제주관광 악영향'

최근 경찰의 실종자 허위종결 사건 이후 제주도 안전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지금이 아니다. 8년 전인 2018년 8월 '뉴스1'이 작성한 기사의 제목들이다.

2018년 7월25일 밤 11시 제주시 구좌읍 세화항에서 30대 여성 관광객이 실종된다.

경찰은 실종 닷새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으나 여성의 시신은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해상에서 발견됐다.

당시 이 사건은 '제주 예멘 난민 사태'와 맞물려 각종 괴담이 양산됐다.

경찰은 사건 초기 실족사를 점쳤으나 타살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시신 부검과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물에 빠지는 과정에 제삼자가 개입했다는 객관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타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지만 한동안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됐다.

시신이 실종 지점과 무려 100㎞ 넘게 떨어진 장소에서 발견된 점도 이런 의혹을 부추겼다.

2018년 7월30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해경이 실종된 30대 여성을 찾고 있다(자료사진)/뉴스1

제주관광공사는 다음 해 발간한 '제주관광 이슈포커스'에서 2018년은 제주관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 중 하나로 세화포구 사건 등을 꼽으며 관광 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진단했다.

8년 뒤 부 모 경장(34)이 실종 신고를 허위종결한 30대 여성 장 모 씨 시신이 발견된 뒤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제주=범죄의 섬'이라는 공식이 다시 등장했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버 등에는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관광이 주요 산업인 제주도는 속앓이하고 있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연일 언론을 통해 제주도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나 홀로 관광객을 위한 안심여행기구 설치, 폐쇄회로(CC)TV 확충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괴담 확산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타살이냐 자살이냐를 놓고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특정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다양한 방향에서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화포구 사건과 장 씨 사망 사건의 공통점 모두 시신 발견이 늦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8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6.8.25 ⓒ 뉴스1 안은나 기자

괴담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망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꼽는다.

8년 전은 난민 사태와 중국인 범죄 등 이방인이 주는 불안감이 있었다면 장 씨 사건은 허위종결로 인한 경찰 불신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이번 사건을 부 경장 개인 일탈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직급이 높은 편이 아닌 '경장'이 실종자 관리 기록을 마음대로 삭제했고 범행도 수개월간 이어질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실종 신고 처리 과정에서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경찰관 1명의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실종 대응 매뉴얼과 보고·검증 절차가 마련돼 있는지 등 경찰 조직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철성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직무대행 1호 지시사항으로 쇄신 대책을 지시했다"며 "실종 사건 접수부터 수색하고 수사하고 종결하는 전 단계 전 과정에 걸쳐서 빈틈 없도록 하나하나 잘 챙겨보겠다"고 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