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접종 12일 만에 숨진 예비교사…법원 "정부가 보상해야"
서울행정법원 "질병청 피해보상 거부 부당"…원고 승소 판결
유족 "뒤늦게나마 올바른 판단…보상금은 딸 추모에 쓰겠다"
-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혈소판감소성 혈전증(TTS) 의심 증상으로 숨진 20대 예비교사에게 정부가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전날 고(故) 이유빈 씨의 부친 이남훈 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처분 취소 소송' 1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초등교사를 꿈꾸며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이 씨는 대학교 4학년이던 2021년 7월 26일 정부 방침에 따라 모더나 백신을 접종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 나흘 만에 돌연 쓰러졌고, 수술까지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했다. 이 씨는 접종 12일 만인 같은 해 8월 7일 혈전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22세 나이에 숨졌다.
제주 보건당국은 모더나 백신 접종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에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검사를 3차례 의뢰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혈전증은 모더나 백신 이상 반응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제주 보건당국은 다른 나라에서도 모더나 백신 접종 후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며 질병관리청에 검사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고, 질병관리청은 결국 사망 판정 9일 만인 2021년 8월 16일 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정부 피해조사반 등은 이 씨의 사인이 항인지질항체증후군으로 추정된다며 코로나19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피해보상을 거부했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이 씨 사례가 임상적 특이사례이고, 젊은 연령인 데다 근거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망위로금 지원 대상으로는 결정했다.
이에 유족이 이의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은 2024년 2월 이를 기각했다. 유족은 같은 해 4월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예방접종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씨가 백신 접종 다음 날부터 이상 증상을 보였고, 접종 4일 만에 중증 혈전증으로 입원해 치료받다 사망한 점 등을 근거로 예방접종과 혈전증 발생, 사망 사이의 시간적 밀접성을 인정했다.
질병관리청이 인과관계 부정의 핵심 근거로 삼은 항인지질항체증후군 가능성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씨의 혈전증으로 인한 사망과 예방접종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씨의 부친 이남훈 씨는 뉴스1제주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를 믿고 백신을 접종했지만, 이후의 행태를 보면 배신감과 분노가 컸다"며 "뒤늦게나마 재판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려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금은 딸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곳에 쓰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씨의 유족들은 2024년 4월 고인이 다니던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에 1500만 원(5년 약정)을 기부한 바 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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