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때문에"…제주, 간첩조작 피해자 재심·국가배상 지원

1961~1987년 38건·90명 확인…수행 단체 공모

제주도청 전경(제주도 제공).2022.6.18 ⓒ 뉴스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도가 1961년부터 1987년까지 공안기관에 의해 자행된 제주 출신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인권 증진 지원에 나선다.

제주도는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진실규명 및 명예회복 지원사업'을 공고하고, 4월 2일까지 참여기관을 모집한다고 21일 밝혔다.

신청 자격은 제주도에 소재를 두고 설립 후 1년 이상 도내외 과거사 및 진상규명 조사(연구) 경험이 있는 단체(법인)이다.

선정된 단체는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형사보상 등 후속 절차를 안내한다. 또한 재심 청구를 원하는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법률 지원을 연계한다.

피해자 명예회복과 사회적 공감 확산을 위한 학술 행사 등 홍보사업도 추진한다.

제주도가 제주대안연구공동체에 의뢰해 제주도민의 간첩조작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1961년부터 1987년까지 38건, 피해자 90명이 공식 확인됐다.

과거 경제적 이유와 강제징용 등으로 많은 제주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해방 이후에는 제주4·3 사건을 피하거나 생계를 위해 밀항하기도 했다.

1971년 12월 기준 재일 제주인은 8만 6490명으로 당시 재일 한국인의 14.1%에 달했다.

이 같은 배경은 1960~1980년대 공안기관이 자행한 간첩조작 사건의 빌미가 됐다. 조사 결과 제주지역 간첩조작 사건의 92.2%가 일본 관련 사건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사례로 1967년 일본에서 농업기술을 배우던 김 모 씨는 친척으로부터 받은 만년필에서 '천리마', '조선 청진' 문구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동생들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돼 처벌받았다. 이들은 재심을 통해 2019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체 피해자 90명 가운데 75명은 기소됐고, 12명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석방됐다. 재판 기록이 불분명한 피해자는 3명이다.

재심을 청구한 55명 가운데 현재까지 49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일부 사건은 재심이 진행 중이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피해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명예회복과 인권 증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