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작은아버지 딸로 산 기구한 삶…77년 만에 친부 호적에
고계순 씨, '4·3 유족' 불이익 우려에 호적 변경
4·3위원회, 4명 친자관계 확인…4·3 가족관계 정정 첫 결실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한시도 아버지를 잊은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한을 풀 수 있게 됐습니다."
제주 4·3으로 아버지를 잃고 평생을 작은아버지의 딸로 살아온 여성이 약 70년 만에 가족관계를 바로잡았다.
13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제37차 회의에서 고계순 씨(77)를 4·3 희생자 고석보 씨의 친생자로 공식 인정했다.
1948년 6월 태어난 고계순 씨는 출생신고를 하기 전 같은 해 12월 아버지가 4·3으로 희생되면서 작은아버지의 자녀로 호적에 올랐다.
4·3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받을 불이익을 우려한 가족의 선택이었으나 그는 70여 년 동안 친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4·3 위원회의 가족관계 정정 결정서에는 "고계순은 희생자 망 고석보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4·3위원회는 이날 고계순 씨를 포함한 4명의 친자관계를 확인했다.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바로잡은 첫 사례다.
그동안 생부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 유전자 검사 등이 불가능해 가족관계 정정이 쉽지 않았지만, 4·3특별법에 특례 규정이 마련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친자관계를 인정할 수 있게 됐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날 고계순 씨 자택을 찾아 4·3위원회 결정서를 직접 전달했다.
오 지사는 "너무 늦었지만 4·3으로 인해 뒤틀린 가족관계를 국가가 바로잡는 결정을 내렸다"며 "아픈 기억을 내려놓고 편안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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