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미화 한라산 516로 명칭 바뀔까…"정치보다 역사로 접근"

"도로 포장 이미 진행 중…군사정변 성과로 오해할 수 있어"

제주시 산천단 도로변에 세워진 5·16도로명비(자료사진)/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한라산 횡단도로인 '516로'의 명칭 논란이 또 한번 도민사회에 재점화됐다.

제주도는 30일 제주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516로 도로명 변경 도민 공감 토론회'를 열었다.

516로(지방도 제1131호선)는 서귀포시 비석거리 교차로에서 제주시 남문사거리까지 길이 31.6㎞ 폭 15m의 도로다.

1932년 임도로 개설됐으며 일제강점기에는 군용트럭이 다닐 수 있게 일부 정비됐다. 1950년대에는 4·3사건으로 수년간 한라산 출입이 금지된 후에는 도로 곳곳이 훼손돼 차량 통행은 어려워졌다.

1950년대 중후반부터 매년 도로를 정비했고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본격적인 확장 공사를 마치고 1969년 정식 개통했다. 이후 5·16도로로 불리다 2009년 도로명 고시를 통해 공식 명칭인 '516로'가 부여됐다.

그러나 그동안 박정희 5·16 군사 쿠데타를 미화한 이름이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을 청산하자며 민간 차원에서 5·16도로 개명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 서귀포시가 지역주민을 상대로 5·16도로 명칭 변경을 의견 수렴했으나 참여 저조로 절차가 중단됐다.

도로명주소법 시행령 제7조의3(도로명의 변경 절차)에 따르면 주소사용자의 5분의 1 이상이 동의하는 경우 시장 등에게 도로명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해당 도로명을 주소로 사용하는 시민은 1238명(제주시 551명, 서귀포시 687명)이다.

'516로 도로명 변경 도민 공감 토론회'/뉴스1

양정필 제주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5·16도로 명칭 변경은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다"고 전제한 뒤 "이 명칭은 군사정변 세력이 기존에 없던 도로를 포장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오랜 세월 도민과 함께해온 도로의 역사를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김영관 제주도지사 시절에 필요성, 시급성보다는 5·16군사정변을 옹호하고 선전하기 위한 목적, 더 나아가 선거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한 측면이 강하다"며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아도 기존 계획에 따라 다소 늦어지기는 했겠지만 도로 포장을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제주도의 차량 대수와 도로가 산업 및 관광에 끼치던 영향 등을 따져봤을때 시급성은 인정되지 않는 것 같다"며 "완공 전 투표일을 앞두고 완공식을 거행하는 등 도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김 지사 본인과 정권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는 2월 중 서귀포시에서 2차 토론회를 개최한 뒤, 516로 주소 사용자 대상 주민설명회와 설문조사를 거쳐 향후 추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