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8년간 100번 헌혈한 스리랑카인…"한국에 보답하고파"

이주 노동자 찬다나씨, 적십자사 헌혈유공장 '명예장' 받아

21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헌혈의집 신제주센터에서 100번째 헌혈을 하고 있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 노동자 찬다나 씨(Ediriweera Patabandige Chandana Aruna·52)가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장 명예장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살이 8년간 헌혈 100회를 달성한 외국인이 있다. 제주시 아라1동에 사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 노동자 에디리위라 파타반디게 찬다나 아루나 씨(52)다.

21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헌혈의집 신제주센터에서 만난 찬다나 씨는 조금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에게 이날은 고대하던 100번째 헌혈을 하는 날이었다. 헌혈을 시작한 순간,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장 명예장을 받은 그는 "정말 뿌듯하다"며 환히 웃었다.

30년 전인 1996년 한국으로 이주한 찬다나 씨는 서울에서 인연을 맺은 한국인 아내와 함께 2017년부터 제주살이를 했다. 그간 운영해 온 여행업체를 키워 보려고 야심 차게 제주에 왔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최근까지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포기하지 않은 건 헌혈이다. 찬다나 씨는 제주살이 첫해 우연히 제주대 체육관 앞에 세워져 있던 헌혈 버스를 보고 처음 헌혈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가 '외국인도 헌혈할 수 있다'며 거듭 용기를 줬지만, 그가 실제 헌혈하기로 마음을 먹기까진 며칠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를 행동하게 한 건 자신의 이주 생활에 대한 여러 단상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뭔가 해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며 "한편으론 이런 외국인도 있다는 걸 대한민국에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지 않았고, 나 역시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헌혈 30회'가 그의 목표였다. 그러나 그는 목표를 이룬 뒤에도 헌혈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꾸준히 헌혈에 참여했다. 그렇게 이날 '100회'까지 달성한 그는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헌혈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그동안 모아 온 헌혈증 50여 장도 조만간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찬다나 씨는 "건강하게 헌혈할 수 있음에 신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헌혈을 통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 제주에 사는 고향 친구들에게도 헌혈을 적극 독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혈액원 관계자는 "국적을 넘어선 나눔의 가치를 보여 준 찬다나 씨의 100번째 헌혈이 제주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이 헌혈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