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보험 가입 출현율 50%→80% 상향 추진…제주 구좌농민회 반발

"기후 재해 책임 농민에 전가…보장기준 현실화해야" 촉구
"대표 품종 '드림7' 공식 출현율이 75%인데 80% 요구하나"

당근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 한 당근밭에서 농민들이 당근을 수확하고 있다./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당근 재해보험 가입 조건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제주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5일 전농제주도연맹 구좌읍농민회는 성명을 내고 "당근 재해보험 개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당근 재해보험 가입 조건은 '파종 직후 가입'에서 '출현율 50% 이상 시 가입'으로 변경됐는데, 최근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이를 8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농가들은 강한 비판을 쏟아내며 당근 재해보험 가입 기준을 '파종 직후 가입'으로 되돌리라고 요구했다.

구좌읍농민회는 "당근은 발아가 까다롭고 민감한 작물로, 파종 직후 비가 내리지 않거나 싹이 나오더라도 무더위가 겹치면 새싹은 그대로 말라 죽는다"며 "이는 농민 과실이 아닌 명백한 기후 재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연피해를 보장하라고 만든 보험은 현실을 외면한 채 농민을 배제하고 있다"며 "지난해 가뭄과 폭염 속에서 출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보험 가입조차 못한 농가들이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 품종 '드림7'의 공식 출현율이 75%인데 80%를 요구한다면, 농민에게 보험 가입을 포기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기후재해 피해를 반영해 보장 기준을 현실화하고, 출현율 기준 상향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당근연합회도 오는 28일 구좌읍의 한 당근밭에서 당근 농작물 재해보험 개편 관련 유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당근 생산량의 60~70%는 제주산이며, 구좌 지역은 제주도 생산량의 90%가량을 차지한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