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남편·착한 아빠·아까운 사위…제주 사망 교사의 또 다른 이름들

"착한 사람의 표본…학생들에게 사랑만 베풀다 갔다"
유족 "순직 인정과 마땅한 처벌 위해 도와달라"

생을 마감한 제주 40대 교사 A 씨가 지난 어버이날 장모에게 보낸 감사의 문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가족이란 서로의 사랑과 지지를 통해 더욱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두 분의 곁에서 함께하며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지속적인 민원 제기에 시달리다 20여 년 몸담았던 학교에서 생을 마친 제주 40대 교사 A 씨는 지난 어버이날 장인·장모님께 휴대전화 한 화면에 다 담기지도 않는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감사와 존경, 앞으로의 더욱 행복한 미래를 약속하는 진심이 빼곡히 담겼지만, 그 문자는 생애 마지막 연락이 됐다.

장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은 '아까운 사위'였다. 그는 그렇게 아까운 사위에게 '고맙다, 늘 성실한 모습이. 자기 몸을 늘 보듬고, 잘 챙겨서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 되길 기도할게'라고 답장했다.

장모 B 씨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착한 사람의 표본이었다"며 "이렇게 어버이날에 긴 문자를 보내는 사위는 없을 것"이라고 휴대전화를 쓰다듬었다.

그는 학교밖에 모르던 일상에서도 아내에게, 두 자녀들에게 누구보다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였다. 또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끔찍이 챙기는 살가운 외아들이었다.

결혼한 지 15년이 됐는데도 식사를 다 하고 나서는 꼭 아내에게 "○○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던 남편이었다고 한다. 유서에는 '함께라서 너무 행복했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꼭 결혼하겠다'는 마지막 사랑 고백을 남겼다. 자녀들은 그런 아버지를 '너무 착한 아빠'라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에게 기쁜 일이 생길 때면 꽃을 선물할 줄 아는 낭만 교사이기도 했다.

26일 제주도교육청 추모공간에 붙은 쪽지들

A 씨는 소중한 가족에게 걱정을 끼칠까 자신에게 닥친 일을 함구했다. 그런 사위의 성격을 아는 장모님은 평소 '자기 몸부터 챙겨야 한다'고 신신당부해 왔지만, 끝을 막지 못했다.

B 씨는 "그 일이 있기 며칠 전에도 밭일을 좀 도와달라 부탁하니 아침에 집으로 왔는데 그날따라 밥을 안 먹길래 못 먹겠다고만 하더라"며 "그땐 왜 안 먹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마음이 너무 힘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힘들면 장인어른한테 '몸이 아파서 못 가겠습니다' 해도 되는데 그 상황에서도 돕겠다고 왔다"며 "아침이고 밤이고 학생들이나 학부모가 연락해 오면 성심성의껏 받아주는 책임감이 강해도 너무 강한 사람이었다"고 눈물지었다.

그는 오후 5시 퇴근 후 집에서 아이들을 돌본 뒤 매일 남은 업무를 위해 다시 학교로 가던 부장 교사였다. 그가 생을 마감하던 날도 여느 때처럼 잔업을 위해 학교로 돌아간 줄로만 알았지만, 결국 다시 귀가하지 못했다.

B 씨는 "그렇게 학교로 다시 돌아가서 일을 해도 수당 내역 한 번 안 올리던 사람이고, 학교 선생님들 말을 들어보면 진급 욕심도 없이 그저 아이들만 알던 사람이었다"며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 커피믹스로만 때우며 살았는지 제자들이 장례식장에 커피믹스를 사 와 올렸다"고 했다.

유족들이 바라는 건 하나다. 교사로서 A 씨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학생만 알았던 진심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신고하고, 의무적인 것만 했어도 됐는데 엇나가는 아이들도 큰 사람을 만들기 위해 사랑만 베풀다 갔다"며 "순직 인정과 마땅한 처벌을 위해 사회가 많이 동참해달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 물결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도교육청은 지난 25일까지 운영 예정이었던 분향소를 오는 30일까지 연장 운영한다.

26일 제주도교육청 추모공간에 붙은 쪽지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