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집에 방치된 네 살배기…민·관·경 뭉쳐 원스톱 지원

치안약자 공동대응 '제주보안관시스템', 경찰 대표 혁신사례로
이상률 제주경찰청장 "법제화 추진 등 발전시켜 나가겠다"

쓰레기로 가득한 A씨의 집. A씨는 이 곳에서 어린 세 자녀와 조카를 키웠다.(제주경찰청 제공)2023.9.18./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지난 7월3일 오전 7시30분쯤. '한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돌아다니고 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은 아이를 보호자인 A씨(40·여)에게 인계하는 과정에서 A씨의 집을 들여다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A씨가 집 안에 쓰레기 더미를 가득 쌓아 놓고 세 자녀(12살·10살·4살)와 조카(9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동시에 곧바로 유관기관과 '제주보안관시스템' 실무협의회를 열고 주거환경개선, 임시조치 등을 통합 지원했다.

제주경찰청은 제주보안관시스템이 행정안전부 주관 '2023년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의 경찰청 대표사례로 선정됐다고 18일 밝혔다.

제주보안관시스템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과 제주도, 제주도교육청, 법조계, 의료계, 보호지원기관 등 지역사회의 모든 기능이 협력해 범죄의 원인을 발견하고 이를 신속하게 해소하는 치안약자 공동대응협의체다.

관계성 범죄의 경우 반복·순환되면서 악화되는 특성이 있는 데다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함에도 산재돼 있는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법제, 불명확한 담당기관 간 역할 분담, 분산돼 있는 지원분야 업무, 콘트롤타워·원스톱 창구 부재 등의 문제로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경찰은 지난 2월부터 제주 보안관 시스템을 시행해 지난달 말까지 7개월간 총 70건의 피해사례에 대해 경제, 의료, 안전장치, 상담, 가해자 교육 등 총 277건의 맞춤형 보호·지원을 했다. 사례별로 열린 실무협의회에는 평균적으로 7개 외부기관이 항상 참여했다.

경찰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감 대응 시스템'과 여성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고위험군 가해자 교화프로그램' 등이 함께 진행되면서 최근 도내 여성폭력 112신고 건수가 소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향후 경찰 단계에서 강제성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과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치안약자 보호체계를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률 제주경찰청장은 "현재의 법·제도적 한계를 넘어 전국 최초로 제주보안관시스템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안전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법제화 추진 등을 통해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적약자 지원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2023년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 시상은 전문가·국민 심사를 거쳐 오는 11월 이뤄질 예정이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