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선고는 위법"…검찰 항소에 1심 판결 파기한 제주지법
사기 혐의 정치인 겸 변호사 '벌금 1000만원' 유지
"법정에 피고인만 입장시켜 재판…형사소송법 위반"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지방법원이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비공개 선고를 문제삼은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여 결국 1심 판결을 파기했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는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정치인 겸 변호사 A씨(55)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원심 판결을 파기한 뒤 A씨에게 원심 판결과 같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1월28일 지인인 B씨로부터 2억원을 송금받아 편취했다.
같은 달 초순 B씨에게 연락해 "보름 뒤면 3억원이 들어오는데 2억원을 빌려 주면 보름 뒤에 갚겠다", "필요하면 내 아파트에 담보 설정도 해 주겠다" 등의 거짓말을 하며 B씨를 속이는 식이었다.
사실 당시 A씨에게는 8억원의 채무가 있었을 뿐 아니라 A씨 아파트에는 담보가치도 없었고, 이른바 '돌려막기'로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B씨에게 돈을 갚으려는 계획 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사건을 맡았던 판사가 지난해 1월11일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면서 공판을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당시 법정경위는 방청인들에게 "재판장 직권(소송지휘권)에 따른 결정"이라며 지시에 따르도록 했고, 그 덕에 B씨는 '나홀로 재판'을 받은 뒤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면서 빠르게 법원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고, 또 비공개로 선고된 원심 판결에는 공개 재판의 원칙을 규정한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잘못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후자의 주장만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에서 판사는 법정에 피고인만 입장시킨 뒤 판결을 선고했는데 이는 사실상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이라며 "형사소송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검사의 지적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서는 "피해액이 거액이고 피해자도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지만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액이 상당부분 회복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뉴스1 등 언론 보도를 통해 제주지법 비공개 선고 문제가 불거지자 담당 판사에게 구두 주의 조치를 취하고 지난해 2월5일자 인사로 해당 판사를 다른 지역 법원으로 전보시켰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과 10월 재차 후속대책을 묻는 제주참여환경연대의 민원에 대해 "소속 기관의 장이 공개원칙 위반의 정도, 경위, 그로 인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담당 법관에 대해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하게 주의를 촉구했다"며 "담당 법관의 재판 진행으로 인해 느끼신 불쾌감에 대해서는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고 그 해 11월1일 회신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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