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외국인관광객들 나흘간 417명…딜레마 빠진 제주관광
법무부 전자여행허가제 추진…'제주 무사증' 국가 미포함
관광업계, 기대감 컸던 동남아 관광시장 위축 우려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무사증(무비자) 재개 이후 기대감에 부풀었던 제주관광업계가 불법체류자 논란과 법무부의 전자여행허가제(K-ETA) 도입 추진 등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전자여행허가제는 현재 관광업계에서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동남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불법체류 가능성이 높은 외국인들의 방문이 하루 수백명 가까이나 돼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여행허가제 '제주 무사증' 대상 국가는 미포함
8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여행허가제란 관광, 친지 방문, 각종 행사나 회의 참가, 상용 등의 목적(영리 목적 제외)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이 온라인으로 사전에 여행허가를 받는 제도다.
대한민국과 사증면제협정을 체결한 66개국과 무사증 입국이 허용된 국가 및 지역 46개국 국민 등 112개국이 이 제도의 대상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전자여행허가제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제주는 국제관광도시 특성을 고려해 면제한 바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전자여행허가제 대상 국가와 '제주 무사증' 국가가 다르다는 것이다.
'제주 무사증'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사증면제협정 등 112개국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 가운데 테러 지원국 등을 제외하고 제주에 한해서만 비자없이 입국할 수있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제주 외국인 관광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은 112개국에 포함되지 않지만 제주도에 한해서 비자없이 방문할 수 있다. 다만 허가없이 제주 이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는 안된다.
반면 112개국 안에 있는 미국인은 제주나 인천 우리나라 어디로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체류 기간도 '제주 무사증'은 30일, 전자여행허가제 대상 국가는 90일간이다.
이처럼 전자여행허가제도가 도입된다고해서 당장 '제주 무사증' 대상 국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관광업계, 동남아 시장 타격 우려…법무부 "영향없다"
문제는 동남아 시장이다.
제주관광업계는 지난 6월 제주공항 국제선이 재개된 후 중국 시장이 아직 여의치않은 상황에서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권 국가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들 국가는 사증면제협정 체결국가로 전자여행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6월3일 제주-방콕 노선에 같은 달 15일에는 제주-싱가포르 간 국제선이 정기 취항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연간 7000만명이 오가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환승공항이어서 업계의 전망도 밝았다.
그러나 정기취항한지 얼마 안돼 불법 취업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외국인들의 방문이 잇따랐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제주~방콕 직항 전세기를 타고 입도한 태국인 697명 중 60%에 달하는 417명의 입국이 불허돼 본국으로 송환됐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입국 불허된 경우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례적인 일이다.
입국심사를 통과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입국한 280명 중 55명은 여행 도중 무단이탈한 것으로 파악됐기때문이다.
나흘간 제주에 온 태국인 697명 중 52%에 달하는 367명이 과거 다른지역에서 전자여행허가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여행허가제가 없는 제주도가 불법체류자들의 우회 입국 경로로 이용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관광업계는 전자여행허가제가 동남아 관광시장을 위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제주 무사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동석 제주관광협회 회장은 "불법체류 등의 문제는 공감을 하나 지금 상황에서 전자여행허가제를 도입하면 해외관광시장이 위축된다"며 "입국절차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관광업계는 지난 5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과의 회의에서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은 무사증 도입 취지를 퇴색시키고 관광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제도 도입에 우려를 표했다.
반면 법무부는 "외국인 관광객은 신청 후 30분 내에 입국이 자동 허가되고 입국신고서 작성 면제, 전용심사대 이용 등 절차가 간소화된다"며 "전자여행허가제가 도입돼도 정상적인 관광객 유치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범법자, 불법취업 기도자 등의 항공기 탑승을 사전에 차단해 대거 입국불허에 따른 외교적 마찰, 입국 후 무단이탈, 불법체류 증가 등의 부작용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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