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잡힌 한국인 불법체류자, 22년 미제사건 살인교사범이었다

제주 변호사 살인교사범, 캄보디아 검문서 불체자로 적발

제주 대표 장기미제 사건인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김모씨(55)가 지난 18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2021.8.20/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지난 6월23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으로 향하는 차량들을 대상으로 경찰의 검문검색이 벌어졌다.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기 위한 절차로, 이때 한 한국인 남성이 별다른 저항없이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된 불법체류자는 다름 아닌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의 살해 교사범 김모씨(55)였다.

제주경찰이 무려 22년간 쫓고 있던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붙잡힌 순간이었다.

김씨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지난해 6월27일 SBS 방송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서였다.

이 방송에서 김씨는 유탁파 두목 백모씨(2008년 사망)의 지시를 받고 동갑내기 조직원인 손모씨(2014년 사망)를 통해 변호사 이모씨를 살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스스로를 교사범이라 칭하는 인물이 등장하자 제주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은 즉시 재수사에 돌입했다.

2014년 11월 4일 공소시효 만료로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게 된 지 약 6년 만이다.

제주경찰청 전경. ⓒ News1 오미란 기자

경찰은 김씨의 해외 출입국 기록을 바탕으로 올해 4월부터 국제형사경찰기구(ICPO·통칭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활용한 국제 공조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사건 이후 수십회에 걸쳐 국내와 해외를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김씨의 행적이 캄보디아에서 포착되자 수사도 급물살을 탔다.

마침내 지난 5일 김씨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강제추방 결정이 내려지며 본격적인 송환절차가 진행됐다.

캄보디아 주재관과 협의를 거쳐 직접 현지로 간 경찰이 김씨를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지난 18일 오전 8시2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씨는 같은 날 오후 4시10분쯤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제주경찰청으로 압송됐다.

경찰은 질병청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인천공항에서 김씨의 코로나 진단검사를 진행했으며, 김씨는 '음성' 판정을 받고 현재 격리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캄보디아에는 카지노 도박을 위해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피해자 이 변호사는 44살 때인 1999년 11월5일 오전 6시50분쯤 제주시의 한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예리한 흉기에 여섯 차례나 찔린 상태였다. 부검 결과 치명상은 흉골을 뚫고 심장을 찌른 자창이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