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원희룡도 다녀간 전기버스 정류장이 불법? “방 빼”
전국 유일 '배터리 자동교환형 정류장'에 변상금 부과
4년전 "사후관리 필요"…행정은 손 놓다 무단점유 통보
-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최근 “버스정류장이 공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했다”며 행정이 민간사업자에 변상금을 부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가 된 곳은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인근 대륜동주민센터 정류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공고에 따르면 해당 버스정류장은 지난 4월부터 공유재산인 부지를 무단점유한 상태다.
이곳은 2016년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받아 설치된 ‘전기버스 배터리 자동교환형 스테이션(BSS)’이다. 전국적으로 상용화된 BSS는 제주에 단 2곳뿐이다. 그나마 나머지 1곳은 고장으로 멈춘 상태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차 배터리리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됐지만 올해 제주도 공유지 사용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다. 당초 제주도와 민간사업자는 해당 부지를 5년간 사용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수요부족·기술발달로 '애물단지' 신세
한때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방문하는 등 전기차 산업의 상징적인 곳으로 주목받았던 시설이지만 불과 5년 만에 철거 위기에 놓인 것이다.
배터리 자동교환형 스테이션은 전기버스 위에 달린 배터리를 꺼내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하는 자동 시스템이다. 5분여 만에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어 주행 중 장시간 충전이 어려운 전기버스의 배터리 방전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주목받았다.
산자부는 2015~2017년 전기버스 119대와 정류소형 충전시설 12기를 제주에 보급할 계획이었으나 경제성 저조를 이유로 2017년 1월 사업을 조기 종료했다.
이에 제주에는 1차 사업에서 보급된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23대와 BSS 2기만 남게 됐다.
세금으로 전기버스 구입비 1대당 5억2000만원 중 2억3400만원씩 총 53억8000여 만원, BSS 2곳 설치비 3억4000만원이 지원된 후였다. 나머지는 버스업체 동서교통과 ㈜비긴스제주가 부담했다.
이후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에 대한 수요 부족과 기술 발전으로 인해 플러그인 전기버스도 단시간 충전이 가능해지면서 BSS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현재 제주도내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23대 중 BSS 시설을 이용하는 버스는 단 3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교환형의 경우 플러그인 방식으로의 충전도 가능한 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기버스의 배터리 효율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제주도는 BSS를 설치·운영한 민간사업자가 공유지 사용에 따른 임대료를 체납했고 앞으로 BSS에 대한 수요가 없을 것으로 보고 부지 사용 연장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에서 노선 운영 중인 전기버스 총 136대 중 동서교통의 23대를 제외하고 모두 플러그인 충전 방식을 사용한다. 또 내년부터는 수소전기버스를 점차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5년 만에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와 BSS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행정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4년전부터 민간사업자 적자…사후관리 우려도 있어
이미 4년전 사후관리에 대한 우려와 함께 초반 사전준비가 미흡했다는 전문가 분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7년 공개한 ‘2016회계연도 결산 분석’을 통해 “초기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고 BSS에서 배터리 교체를 위한 정차 등으로 버스 승객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기술적 한계가 있어 기업의 수요와 사업성에 대해 사전에 면밀히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07년 비슷한 방식의 배터리 교환 리스사업을 하던 해외 벤처기업이 2013년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파산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산자부와 민간사업자는 전기버스 생산 가능성에 대한 사전 조사 없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며 “제주도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완료한 후에야 이 사업의 전기버스를 노선에 추가하는 등 내부적으로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2013~2014년 포항에서의 BSS 시범사업 후 중단 문제를 언급하면서 “사후 유지 관리에 만전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정부는 협약기간 종료 후에도 민간사업자가 전기버스는 최소 7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민간사업자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운용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후 운영 방안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오늘날의 문제를 예견했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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