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봤더니 가짜 동성애자" 난민심사 거부한 출입국…법원 판단은?

법원 "에티오피아 동성 간 성관계 처벌…사실관계 정식 심사해야"

인천지방법원 전경 ⓒ 뉴스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본국에서 박해받을 수 있다며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에티오피아인이 정식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강현준 판사는 에티오피아 국적 A 씨(22)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 지난 5월 A 씨에게 한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결정을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출입국 당국이 부담하도록 했다.

A 씨는 지난 4월23일 중국 광저우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경유한 뒤 싱가포르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같은 날 예정된 싱가포르행 항공기에 탑승하지 않았고 이튿날 인천공항 환승구역에서 난민 신청 의사를 밝혔다.

A 씨는 자신이 동성애자로 에티오피아에서 어머니와 행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위협을 받았고, 중국 유학 중에도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다른 에티오피아인들로부터 위협받았다고 주장했다.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A 씨가 거짓 서류를 제출하는 등 사실을 은폐해 난민 인정을 받으려 하거나,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난민 신청을 한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정식 난민심사에 회부하지 않았다.

출입국 당국은 A 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등을 근거로 그의 주장을 의심했다.

A 씨가 비교적 최근부터 SNS에서 남성들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사진을 휴대전화에 저장한 점과 과거 여성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에 사진을 보내달라는 취지의 댓글을 작성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동성인 전 연인과 소통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관련 대화 내역이 남아 있지 않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사정만으로 A 씨가 거짓 진술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적 지향성은 개인의 가장 깊은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여러 간접사실과 정황증거에 의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가 제출한 증거자료와 여러 정황을 종합하더라도 원고가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에티오피아에서 동성 간 성관계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에티오피아 형법은 동성 간 성관계를 10일 이상 3년 이하의 금고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 해당 조항에 따른 체포·구금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또 에티오피아에서 성소수자를 상대로 한 아웃팅과 언어·신체적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자료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위협은 '동성애자'라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라고 하기 위해서는 주요 사실에 관한 주장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자료와 현저히 배치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밝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