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한 바다를 만드는 일,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일
장인식 해양경찰청장 직무대행
바다는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누군가에게는 쉼터다. 새벽부터 조업에 나서는 어민에게 바다는 생업의 현장이고, 주말이면 갯벌과 갯바위, 방파제를 찾는 국민에게는 일상 가까이에 있는 휴식의 공간이다.
평소에는 평온해 보이는 바다지만 위험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불법 외국 어선이 우리 어민의 조업권을 침해하기도 하고, 갯벌에서는 순식간에 차오른 바닷물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방파제나 갯바위에서도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해양경찰이 생각하는 '안전한 바다'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어민이 안심하고 그물을 내리고, 국민이 걱정 없이 바다를 찾으며, 위급한 순간에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바다다. 그런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 해양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생각한다.
해양경찰청이 2027년도 예산안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도 여기에 있다. '무엇을 얼마나 늘릴 것인가' 보다 '국민이 바다에서 느끼는 안전을 어떻게 더 높일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6.7% 증가한 2조 2291억 원 규모다. 이 예산을 토대로 우리 바다의 주권을 보다 확실하게 지키고, 국민과 가까운 연안의 안전망도 한층 촘촘하게 만들고자 한다.
우선 어민들의 삶의 터전부터 굳건히 지켜야 한다.
서해와 남해의 경계미획정 해역은 해양주권과 어민의 생업이 맞닿아 있는 곳이다. 이 해역의 관할권을 수호하고 불법 외국 어선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해 3000톤급 대형 경비함정 3척의 건조에 착수한다.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불법조업 단속을 전담할 500톤급 경비함정 2척도 새롭게 도입한다. 불법 외국 어선에 직접 계류할 수 있는 함정을 투입하면 단속은 빨라지고 현장 대원의 위험은 줄일 수 있다.
넓은 바다를 함정만으로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 해양 경비도 첨단기술과 결합해야 한다.
군 위성정보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위성정보와 선박신호 등을 종합해 국제제재선박과 불법 외국어선 등 각종 해양위협을 분석하는 K-MDA센터를 구축하려는 이유다. 눈앞에 보이는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광범위한 해역의 이상 징후를 먼저 찾아내고 한발 앞서 움직이는 해양경비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해양안전은 먼바다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갯벌과 갯바위, 방파제처럼 국민이 일상적으로 찾는 연안은 접근하기 쉬운 만큼 사고 위험에도 쉽게 노출돼 있다. 특히 조석과 기상은 짧은 시간에도 급변한다. 사고가 난 뒤 출동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험을 먼저 발견하고 사고 자체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연안 순찰 드론 22대를 새롭게 도입한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넓은 연안을 드론으로 살피면서 위험 상황을 보다 빨리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동력구조보드 33대와 구조 승합차 16대도 확충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대원이 현장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비만 늘린다고 안전한 바다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주민의 눈도 필요하다.
현재 194명인 '연안안전지킴이'를 260명으로 확대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갯바위가 특히 위험한지, 물때에 따라 어느 길이 먼저 잠기는지는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첨단 드론의 눈에 주민들의 경험을 더한다면 사고가 난 뒤 구조하는 안전관리에서 위험을 먼저 찾아 없애는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예산 확보는 국민 안전을 위한 첫 단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늘어난 예산이 현장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안전으로 이어지느냐에 있다.
그 함정이 우리 어민의 조업 현장을 제대로 지켰는지, 순찰 드론이 위험에 처한 국민을 한 번이라도 더 빨리 발견했는지, 구조장비를 갖춘 대원이 사고 현장에 몇 분이라도 더 일찍 도착했는지가 중요하다.
해양경찰은 내년도 예산에 담긴 사업들이 현장에서 실제 국민의 안전으로 이어지도록 준비와 집행 과정을 세심하게 챙길 것이다.
어민이 안심하고 조업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오고, 가족과 함께 바다를 찾은 국민이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해양경찰에 '더 안전한 바다'란 결국 그런 평범한 하루를 지키는 일이다.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든든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해양경찰은 오늘도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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