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이 바꾼 세계 하늘길…인천공항, 개항 이후 첫 '세계 1위'

올해 1분 국제선 여객 수, 두바이공항·히드로공항 제쳐
중동 정세 불안 속 동북아 허브인 인천공항 이용객 늘어

김범호(앞줄 왼쪽 네 번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을 비롯한 내빈들이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열린 인천공항 누적 여객 10억명 달성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공동취재) 2026.7.7 ⓒ 뉴스1 박지혜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공 노선이 재편되면서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국제공항 경쟁에서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올해 1분기 국제선 여객 처리 실적 1978만4000명을 기록해 세계 주요 국제공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3위를 유지했던 인천공항은 두바이공항(1858만2000명)과 런던 히드로공항(1784만6000명)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인천공항은 2019년 세계 5위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86위까지 떨어졌다. 이후 항공 수요 회복과 환승객 증가에 힘입어 2022년 28위, 2023년 8위로 반등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2년 연속 3위를 유지했다. 이어 올해 1분기에는 국제선 여객 1978만4000명을 처리하며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순위 변화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항공편들이 러시아 영공을 피해 우회 운항하면서 중동과 동북아 허브공항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공사 분석에서도 런던공항은 두바이·아부다비·도하 노선 점유율이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천공항은 중국·일본·동남아와 북미를 연결하는 환승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여객을 빠르게 흡수했다.

세계 항공시장 회복세도 인천공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제공항협의회(AC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국제선 여객은 코로나19 이전의 107% 수준까지 회복했다. 다만 중동 지역은 국제 정세 불안으로 올해 1분기 여객이 전년보다 21% 감소했고, 그 공백을 동북아 허브인 인천공항이 상당 부분 메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성장세는 '10억 명'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으로 이어졌다. 인천공항공사는 전날 개항 이후 누적 이용객이 10억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01년 3월 개항 이후 25년 3개월, 9232일 만으로 독일 뮌헨공항(33년 10개월), 싱가포르 창이공항(35년 5개월), 일본 나리타공항(39년 2개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공항(58년 2개월)보다 빠른 기록이다.

누적 여객 10억 명은 하루 평균 10만8000명, 시간당 4513명, 분당 75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도달할 수 있는 기록이다. 전 세계 인구 8명 가운데 1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했고, 우리나라 국민 1명당 약 19차례 공항을 이용한 규모와 맞먹는다.

노선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101개 항공사가 53개국 183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 노선은 31개 도시를 연결해 나리타공항(17개 도시), 간사이공항(12개 도시)보다 많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해 국제여객은 7407만 명, 국제화물은 295만톤을 기록해 국제공항협의회 기준 각각 세계 3위를 차지했고, 환승객도 804만 명을 넘어섰다.

항공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항공 노선 재편이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전쟁 종식으로 러시아 영공이 다시 개방될 경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공 노선이 재조정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현재 확보한 환승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선 확대와 서비스 혁신이 계속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