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공항 따로 계산 안 한다"…스페인 AENA가 말한 '통합 네트워크'의 힘

"46개 공항 하나의 수익계정으로 운영…규모의 경제가 경쟁력"
DORA로 5년 단위 투자·이용료 확정…"예측 가능한 투자 가능"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 제4터미널에서 한국공항공사 임직원들과 스페인 공항운영 그룹(AENA)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겔 카소를라 AENA 상업기획 및 경영관리처장, 엔리케 곤살레스 AENA 응용혁신처장, 전은진 한국공항공사 항공마케팅부장, 장지익 한국공항공사 홍보실장, 이그나시오 비오스카 최고데이터책임자(CDO) 겸 항공마케팅 총괄 이사, 안헬 산스 전략 및 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 홍원기 한국공항공사 경영전략부장, 임채일 한국공항공사 홍보실 홍보부장, 김채원 한국공항공사 홍보실 홍보부 과장.(공항사진 기자단)

(마드리드=뉴스1) 박소영 기자 =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 제4터미널. 스페인 공항 운영기업 AENA의 전략·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인 안헬 산스(Ángel Sanz)는 공항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지방공항 적자 문제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여객이 몰리는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대형 공항과 이용객이 적은 지방공항을 각각 별도의 수익성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안헬 산스 이사는 "AENA는 공항을 개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하나의 네트워크 모델 아래 운영한다"며 "분리된 공항별 수익 계정은 존재하지 않고 통합된 하나의 수익 계정만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공항과 소형 공항 모두 네트워크가 창출하는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의 혜택을 동일하게 받는다"며 "중앙화된 기업 서비스를 통해 공항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한 품질과 안전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AENA는 스페인 전역 46개 공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운영한다. 개별 공항의 흑자와 적자를 따지는 대신 하나의 수익 구조 안에서 전체 공항망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 운영 철학이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규모가 작은 지방공항도 별도의 경영 압박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AENA의 설명이다. 보안검색 장비 구매부터 정보시스템, 계약, 인력 운영까지 중앙에서 통합 관리해 비용을 줄이고, 네트워크 전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 제4터미널 활주로 내 관리탑에서 바라본 공항의 모습.(공항사진기자단)
지방공항 살리는 비결은 '비즈니스 케이스'

안헬 산스 이사는 지방공항 활성화의 핵심으로 항공사 설득을 꼽았다. 그는 "수요가 적은 지방공항은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항공사에 해당 노선이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비즈니스 케이스를 적극 제시한다"고 말했다.

공항 운영비 절감 효과뿐 아니라 신규 취항 인센티브, 공항 이용료 할인, 지방 관광청과의 공동 마케팅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공항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관광기관까지 함께 참여해 노선의 경제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대표 사례로는 스페인 남부 헤레스 공항을 소개했다. 과거 영국 노선이 거의 없었던 헤레스 공항은 항공사 설득과 지역 관광기관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영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안헬 산스 이사는 "유럽처럼 항공 자유화가 이뤄진 시장에서는 결국 항공사가 수익성을 확신해야 노선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5년 뒤까지 투자·요금 확정"…DORA가 만든 예측 가능성

AENA가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은 제도는 공항규제계획(DORA)이다. DORA(Documento de Regulación Aeroportuaria)는 스페인 정부가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공항 운영 규제 체계다. AENA의 투자 규모와 공항 이용료(공항사용료), 서비스 품질 목표, 운영 효율성 등을 사전에 확정하는 일종의 '5개년 운영계획'으로, 공항 운영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제도로 평가받는다.

안헬 산스 이사는 "항공사와 운영자 모두 향후 5년간의 경영 계획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투자 규모와 운영비, 품질 기준 등이 모두 사전에 확정되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이나 자의적 개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모든 산정 방식이 법률로 규정돼 있다"며 "투자가 결정된 이후 실제 여객이 예상보다 적으면 손실은 AENA가 부담하고, 반대로 예상보다 많으면 그만큼 수익을 얻는다. 결국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항공 수요를 늘릴 동기를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 관계자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 제4터미널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공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공항사진기자단)
"한국에 맞는 성공적인 통합 모델이 중요"

안헬 산스 이사는 AENA의 현재 지분 구조가 정부 51%, 민간 49%라고 소개하며 "프랑스 파리공항과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도 유사한 형태를 운영하고 있고, 영국 히드로공항은 완전 민영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한국 상황에 맞는 성공적인 통합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며 "스페인 사례뿐 아니라 여러 국가의 장점을 참고해 가장 적합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지방공항의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통합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AENA의 사례처럼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 공공기관 간 운영체계 개편이 논의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안헬 산스 이사는 "중요한 것은 한국 상황에 맞는 성공적인 통합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며 "스페인 사례뿐 아니라 여러 국가의 장점을 참고해 가장 적합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35년간 통합 네트워크를 운영해 온 AENA는 개별 공항의 흑자와 적자를 따지는 대신 국가 전체 공항망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대형 공항의 수익과 역량을 지방공항으로 확산시키고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투자와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는 방식은, 한국이 공공기관 간 공항 운영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