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 감사해"…대사관 직원이 전한 공습 속 대피 과정

테헤란서 20시간 버스타고 육로 탈출…투르크메니스탄 거쳐 귀국
대사관 버스 수배·비상식량 지원…교민들 육로 대피

중동 상황 악화로 귀국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주이란대사관 직원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3.5 ⓒ 뉴스1 오대일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유채연 기자 =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도착했네요.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감사합니다."

5일 오후 6시 20분 이스탄불발 여객기(TK090)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온 주이란대사관 직원 김나현(35·여) 씨의 말이다.

김 씨는 대사관 직원으로 7개월가량 이란에 체류했다고 한다. 그는 캐리어 3대를 카트에 가득 실은 채 지친 얼굴로 입국장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는 지난 3일 테헤란에서 출발해 국경을 넘어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그는 "육로로 안전한 곳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며 "20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해 그게 제일 힘들었다. 새벽에 출발해서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교민들도 (같이 테헤란에서 왔는데)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각자 비행기를 예약해 귀국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전에 온 분도 있다고 하고,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 아니어서 정확히 교민이 이날 몇 명 입국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투르크메니스탄으로의 이동 과정에 대해서는 "(안전하지 않아) 어렵긴 했는데, 대사관이 사전에 버스 수배도 해놨고 재외 국민 현황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또 "비상식량을 대사관에서 많이 비축해놨다"며 "에너지바, 주스 등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것을 창고에 많이 놨고, 샌드위치랑 김밥을 아침에 만들어 교민들에게 나눠줘 끼니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중동 상황 악화로 귀국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주이란대사관 직원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5 ⓒ 뉴스1 오대일 기자

이란 현지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뉴스로 접하기로 항상 정세가 안 좋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어느 순간 터질 거란 걸 예상했지만 막상 터지니 당황을 많이 했다"며 "정신적인 충격도 있었고, 잠을 못 자는 직원들도 있었다"고 했다.

또 "몇 ㎞인지 가늠은 되지 않지만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공습을 목격했다)"며 "이란 정부에서 통신망을 차단해 놔서 거의 핸드폰 사용이 안 되는 상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랑 연락이 잘 안됐고,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이동해서야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대사관 직원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보면서 너무 죄송하고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 체류 한국인 20여명은 지난 3일 오전 5시쯤 테헤란에서 출발해 전날 저녁 국경을 넘어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대피했다. 이들 중에는 이란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이도희 감독이 포함됐다.

중동 상황 악화로 귀국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주이란대사관 직원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5 ⓒ 뉴스1 오대일 기자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