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이별통보에 격분…과거와 '판박이 살인' 반복한 남성

사소한 말다툼이 점점 커져 결국 비극으로
'범행 후 음독'까지 12년 전 범행과 똑같아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2023년 10월 13일 밤, 인천 남동구의 한 모텔에서 벌어진 말다툼은 또 한번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A 씨(66·남)와 B 씨(58·여)는 사귄 지 7개월된 연인이었다.

B 씨는 A 씨가 지인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두고 언성을 높였고, 관계를 끝내겠다고 통보했다. 둘 다 술이 들어간 탓인지 싸움은 격해졌다. B 씨는 A 씨에게 "너 같은 X은 필요 없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라"고 했다. 격분한 A 씨는 B 씨의 목을 졸랐고, B 씨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A 씨는 곧바로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B 씨를 방치한 채 모텔을 빠져나가 인근 유흥주점에서 약 2시간 동안 술을 마셨다. 다시 모텔로 돌아와 잠이 든 그는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유서를 작성하고 음독을 시도했다.

그는 유서에 "가만히 두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 같아 살해를 마음먹었다"고 적었다. 범행을 반성하는 내용 대신, 피해자가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의심과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이 끔찍한 사건의 배경에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A 씨는 12년 전에도 '이별 통보'에 격분해 교제하던 여성을 살해한 전력이 있었다.

2011년 1월 19일 오전, 익산의 좁은 원룸에서 일이 벌어졌다. 당시 A 씨는 8개월 동안 사귀던 여성 C 씨가 "헤어지겠다"고 말하자 분노했고, 방 안에서 노끈을 집어 들었다. C 씨는 경부압박 질식으로 숨졌다. A 씨는 이후 농약을 마시며 음독을 시도했지만, 목숨은 건졌다.

그는 살인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뒤 2021년 9월에 출소했다. 그러나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인천지법 형사15부는 A 씨에게 징역 25년과 전자장치(전자발찌) 10년 부착을 명령했다.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결과에서 A 씨는 총점 17점으로 '재범 위험성 높음; 수준으로 평가됐다.

재판부는 "교제하던 여성이 이별을 통보하며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하자 격분해 피해자들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며 "종전 살인 범행과 대상, 경위 ·수법 등이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함께 생활하던 피고인으로부터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고 제대로 저항해 보지도 못한 채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겪었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미뤄 짐작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유족이 깊은 슬픔과 고통을 호소하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