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끝" 망연자실…'폭우 피해' 인천 시장·지하상가 '진흙탕'
12시간 203㎜ 폭우에 상가·정육점·사우나까지 침수
고였던 빗물 빠졌지만 바닥엔 진흙, 쿰쿰하고 비릿한 냄새까지
- 이시명 기자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물이 갑자기 무릎까지 차올랐어요. 일단 손님부터 내보내고 살림살이부터 건지고 있습니다.”
13일 오후 2시 30분쯤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 지하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A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약 4시간 전인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쏟아진 폭우가 시장을 집어삼킨 탓이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부터 낮 12시까지 12시간 동안 인천 서구에는 203㎜의 비가 내렸다.
폭우로 지하 배수로가 역류하면서 가게 안으로 거센 빗물이 들이닥쳤다.
A 씨 가게는 배수 작업을 하는 탓에 출입구가 슬레이트 판으로 막혀 있었고, ‘오늘 영업 못해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가게 직원은 허망한 표정으로 문 앞을 지켰다.
시장 근처 지하상가에서 흙염소탕집을 운영하는 B 씨는 의자들을 모두 뒤집어 밥상 위에 걸쳐 놓았다.
B 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TV를 보며 “영업 시작하자마자 비가 가게를 덮쳤는데, 오늘 장사는 끝났다고 봐야죠. 뭐”라며 말을 흐렸다.
염소탕 음식점 바로 옆 사우나도 피해를 피하진 못했다. 사우나 로비를 넘어 목욕탕 안까지 물이 차오르자 대표 C 씨는 손님들을 급히 대피시킨 뒤, 직원들과 함께 넉가래로 바닥에 남아있는 물기를 쓸어냈다.
평소 손님들이 몸을 닦는 데 쓰던 수건 수백 장은 빗물을 닦는데 쓰인 뒤 C 씨 옆에 쌓여있었다.
비슷한 시각 서구 강남시장에도 폭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고였던 빗물은 빠졌지만 바닥에는 진흙이 덮여있었고, 쿰쿰하고 비릿한 비 냄새가 시장을 감쌌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D 씨의 진열대는 텅 비어있었다.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이 진열대 전기 배선과 냉각 장치까지 스며들어 냉장 시스템이 완전히 멈추면서 매대에 고기를 진열하면 상하기 때문이다.
맞은편 고춧가루 등을 판매하는 E 씨 역시 “비가 들이닥칠 때 판매 상품들을 모두 안으로 들여놨지만, 가판대가 쓰러져 다시 만들어야 할 판”이라며 줄자를 꺼내 들었다.
폭우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이날 장사를 포기한 채, 거리에 나와 쌓인 흙과 쓰레기를 치우거나 시설물을 점검하는데 분주했다.
F 씨는 “옥수수를 찌려고 하자마자 화구까지 빗물이 차올라 장사를 시작도 못했다”면서 “하나뿐인 재산인 자동차까지 침수됐는데, 이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냐”고 울먹였다.
관할 지자체인 인천 서구는 현재 비 피해 현황을 파악 중이다. 구 관계자는 “현장을 돌며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며 “대응 방안은 내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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