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끝" 망연자실…'폭우 피해' 인천 시장·지하상가 '진흙탕'

12시간 203㎜ 폭우에 상가·정육점·사우나까지 침수
고였던 빗물 빠졌지만 바닥엔 진흙, 쿰쿰하고 비릿한 냄새까지

인천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13일 인천 서구 중앙시장에 물이 차오른 모습.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13/뉴스1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물이 갑자기 무릎까지 차올랐어요. 일단 손님부터 내보내고 살림살이부터 건지고 있습니다.”

13일 오후 2시 30분쯤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 지하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A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약 4시간 전인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쏟아진 폭우가 시장을 집어삼킨 탓이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부터 낮 12시까지 12시간 동안 인천 서구에는 203㎜의 비가 내렸다.

폭우로 지하 배수로가 역류하면서 가게 안으로 거센 빗물이 들이닥쳤다.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 A 씨 가게 출입문. 이시명 기자/뉴스1

A 씨 가게는 배수 작업을 하는 탓에 출입구가 슬레이트 판으로 막혀 있었고, ‘오늘 영업 못해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가게 직원은 허망한 표정으로 문 앞을 지켰다.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의 한 염소탕집 내부. 이시명 기자/뉴스1

시장 근처 지하상가에서 흙염소탕집을 운영하는 B 씨는 의자들을 모두 뒤집어 밥상 위에 걸쳐 놓았다.

B 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TV를 보며 “영업 시작하자마자 비가 가게를 덮쳤는데, 오늘 장사는 끝났다고 봐야죠. 뭐”라며 말을 흐렸다.

인천에 집중호우가 내린 13일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 일대 상가 지하 목욕탕이 침수돼 직원이 물을 퍼내고 있다. 2025.8.13/뉴스1 ⓒ News1 이시명 기자

염소탕 음식점 바로 옆 사우나도 피해를 피하진 못했다. 사우나 로비를 넘어 목욕탕 안까지 물이 차오르자 대표 C 씨는 손님들을 급히 대피시킨 뒤, 직원들과 함께 넉가래로 바닥에 남아있는 물기를 쓸어냈다.

평소 손님들이 몸을 닦는 데 쓰던 수건 수백 장은 빗물을 닦는데 쓰인 뒤 C 씨 옆에 쌓여있었다.

13일 오후 2시30분쯤 찾은 인천 서구 강남시장 상인들이 거리에 나와 쌓인 흙과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다.이시명 기자/뉴스1

비슷한 시각 서구 강남시장에도 폭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고였던 빗물은 빠졌지만 바닥에는 진흙이 덮여있었고, 쿰쿰하고 비릿한 비 냄새가 시장을 감쌌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D 씨의 진열대는 텅 비어있었다.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이 진열대 전기 배선과 냉각 장치까지 스며들어 냉장 시스템이 완전히 멈추면서 매대에 고기를 진열하면 상하기 때문이다.

D 씨 정육점 진열대.이시명 기자/뉴스1

맞은편 고춧가루 등을 판매하는 E 씨 역시 “비가 들이닥칠 때 판매 상품들을 모두 안으로 들여놨지만, 가판대가 쓰러져 다시 만들어야 할 판”이라며 줄자를 꺼내 들었다.

폭우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이날 장사를 포기한 채, 거리에 나와 쌓인 흙과 쓰레기를 치우거나 시설물을 점검하는데 분주했다.

E 씨가 진열대를 줄자로 측정하고 있다.이시명기자/뉴스1

F 씨는 “옥수수를 찌려고 하자마자 화구까지 빗물이 차올라 장사를 시작도 못했다”면서 “하나뿐인 재산인 자동차까지 침수됐는데, 이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냐”고 울먹였다.

관할 지자체인 인천 서구는 현재 비 피해 현황을 파악 중이다. 구 관계자는 “현장을 돌며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며 “대응 방안은 내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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