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한테 '조건만남' 시킨 20대들 '무죄'…재판부 왜?
"협박 없었다"
"위협받는 상황이었으면 위치추적 앱 삭제했을 것"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14살 아동·청소년에게 조건만남 사기를 시킨 20대 일당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협박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 홍준서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강요 혐의로 기소된 A 씨(23·남)와 B 씨(21·남) 등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 등은 2021년 당시 14살이던 C 양을 조건만남 사기 범행에 가담하도록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성매매를 하겠다면서 유인한 남성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방식으로 범행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C 양이 더는 범행에 가담하기 싫다며 충남 천안시 자택으로 복귀하자, A 씨 등은 휴대전화에 설치한 위치추적 앱을 이용해 C 양의 집을 찾아갔다. 이후 C 양에게 욕설을 하며 타고 온 차에 태워 인천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C 양에게 "종전처럼 남자를 만나 돈을 받아오는 일을 다시 해라"라며 "위치추적 앱을 통해 찾아갈 테니 차에 타서 돈을 받으면 너는 가라"는 취지로 조건만남 사기에 가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C 양은 범행에 다시 가담했다. A 씨 등은 지난 2021년 6월27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성년자 여성인 것처럼 행세를 하며 성매수 남성을 물색했다.
성매매를 하기로 약속한 남성의 차량에 탄 C 양은 ‘내가 아는 장소가 있으니 그곳으로 가자’고 요구해 범행장소로 이동했다. A 씨 등은 성매수남에게 “당신 누구야. 지금 뭐하는 거냐"며 "조건만남을 하는 것이냐,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고 겁을 줘 20만 원을 건네받았다.
A 씨 등은 법정에서 "C 양에게 강요에 해당하는 폭행이나 협박을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C 양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거부의사를 밝혔는데 그때 욕설을 한 걸로 기억한다"며 "저 말고도 여자 한 명이 더 있었는데 둘 다한테 ‘둘 중에 한 명은 꼭 해라. 둘 중에 한 명은 꼭 나가라’고 하면서 화를 내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A 씨 등이 C 양에게 해악의 내용을 고지하지 않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협박의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홍 판사는 "C 양은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들이 욕하거나 화를 냈다고 진술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며 "검찰 공소사실에는 단순히 피고인들이 '욕설하며 위협했다'고 돼 있을 뿐 해악의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C 양은 조건만남 사기를 더는 하기 싫어 집으로 돌아갔다고 진술하면서도 위치추적 앱을 삭제하지 않았다"며 "어떤 위해를 입게 될 상황이었으면 앱을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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