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진 '인국공 사태' 문제는?
청년·취준생 "역차별·상대적 박탈감"…정규직 노조 "공정성 훼손"
보안요원도 입사 시기 따라 '직고용 vs 공개경쟁' 희비…"고용불안"
- 정진욱 기자
(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요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청와대와 인천공항공사는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청년·취준생의 '역차별', 정규직 노조의 '공정성 훼손', 보안검색요원의 '고용불안'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의 해명이 기름을 붓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뉴스1은 청년·취준생, 정규직 노조, 보안검색요원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 청년·취준생 "우리는 더이상 호구가 되고 싶지 않다"
먼저 청년·취준생은 '역차별'을 주장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더이상 호구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준비한 사람에게 만큼은 동등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청년들은 온라인에서 '부러진 펜' 시위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은 26일 23만여명의 동의를 받아내 청와대 책임자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또 정부와 공항공사의 해명이 청년·취준생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준생 A씨(29·남)는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라디오에서 말한 것을 듣고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지난 2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청년들에게 오해가 퍼진 게 아닌가 싶다. 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고, 기존 보안검색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임금(연봉)도 5000만원이 (되는 게) 아니라 3300만원에서 3500만원 정도로 올라간다"고 말했었다.
A씨는 "보안검색요원 등이 처음부터 정규직이었다면, (취준생들은)공부해서 가려고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비정규직을 공부해서 지원하려 하지 않은 것일 뿐, 정규직이었다면 경쟁률이 200대 1은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안검색요원보다 경찰·소방의 근무환경은 더 위험하고 열악하다고 보는데, 왜 청년들이 컵밥을 먹고, 밤새 알바를 하고 여기에 목을 매는 이유를 청와대는 정말 모르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결국 공무원이기 때문이고 환경미화원도 경쟁률이 50대1인데, 준공무원인 공기업에 아무런 노력없이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청와대와 공항공사가 연봉 얘기를 하며 언론에 떠들고 있지만,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처사"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연봉이 높고 낮음이 아니라 좁은 고시원 방에서 공부하는 우리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공항공사의 채용과정이 정부정책에 휘둘려 '공정성'을 잃게 됐고 결국 '역차별'이라는 역풍을 맞았다면서 문대통령의 책임론까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보안요원 직고용은 절차 공정성 훼손"
공항공사 정규직 노조인 인천공항노조는 보안요원 직고용은 절차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공사측의 일방적인 직고용 결정 철회를 주장한다.
이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정한 과정이 빠진 결과의 평등은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천공항노조는 또 보안검색 요원이 청원경찰로 들어오면 동등한 임금체계나 사무 직렬 전환을 요구할 것이고, 결국 기존 노조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피터지는 경쟁을 뚫고 들어온 직원들과 비교해 볼때 절차 공정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한다.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보안검색 직원 1900명이 '청원경찰'로 들어오면, 이들이 제1노조를 차지해 기존 정규직 직원(1500명)들과 동등한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이고 결국 기존 노조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피터지는 경쟁을 뚫고 들어온 직원들과 공정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공사의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기호 인천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은 이날 "지난 2월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양대 노총과 공사 노동조합이 평화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합의했으나, 21일 정규직 전환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공항 노동자들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보안검색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습적 직고용 발표로 인해 자회사로 편제된 노동자들은 혼란에 빠졌으며, 전환 대상인 보안검색 노동자도 고용불안에 다시 떨고 있고 취업준비생들은 채용 기회가 줄어들까 동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기관의 실정에 맞게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기본 원칙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공사의 정규직 발표에 반발, 공익감사 청구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총력 투쟁에 나설것을 선언했다.
◇ 4개 노조로 쪼개진 보안검색요원, 5월 12일 이후 입사자는 공개경쟁 해야
보안검색 요원은 직고용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2017년 5월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 입사한 30~40%의 보안요원은 공개경쟁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탈락자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 결국 고용보장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보안검색 요원은 또 각 그룹마다 목소리를 달리 하고 있다.
보안검색 요원은 당초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조'라는 단일 노조였다. 하지만 소통 방식에 대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보안검색운영노조', '보안검색서비스노조', '항공보안노조', '보안검색노조'로 쪼개졌다.
조합원 수만 보면 보안검색노조가 가장 크다. 그러나 나머지 3개 노조가 협력관계로 이뤄져 과반을 차지한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2017년 5월 입사시기 때문에 희비가 엇갈린다. 공사가 문 대통령이 방문해 정규직 전환 선언을 한 5월 12일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 입사자의 직고용 방식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노조 구성을 살펴보면 보안검색노조는 정규직 전환 선언을 한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면접 등 적격심사를 본 후 전원 직고용 될 것으로 보인다. 절대평가인데다 응시도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보안검색요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3개 노조중 규모가 가장 큰 보안검색서비스노조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개경쟁을 치른 뒤 고용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존 보안요원에게 가점을 주지 않는데에 있다. 이는 상당수의 탈락자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들은 공사 결정에 반발하며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공사는 보안검색 요원을 자회사 직원으로 전환한 뒤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을 통해 직고용하기로 했었다. 이렇게 하면 입사 시기에 따른 보안검색 요원간 차별도 없고, 탈락자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가 갑자기 청원경찰 신분으로 전환해 직고용방식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노조간 갈등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천공항은 총 9785명의 정규직 전환대상자 중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을 직고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7월부터 고용노동부 자문을 받아 채용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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