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알렸는데도…야간에 초과 근무까지”…가천대길병원 간호사들의 눈물
“야간 근무 동의서 강제로 받아…매달 9~10번 근무”
“임신 간호사들, 결핵 환자 돌보고, 근무 중 쓰러지기도”
- 박아론 기자,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정진욱 기자 = "임신 8주차에 (강제로) 야간 근무(오후 10시~오전 8시30분)를 하면서 결핵환자까지 돌봐야 했습니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A씨는 2013년 첫 임신 후 병원에서 강제로 근무를 서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임신 8주차였던 A씨. 그는 병원 측에 해당 사실을 알리자마자 이틀 뒤 수간호사실로 불려가 야간 근무 동의서에 강제로 사인을 해야 했다. 그로부터 아이를 낳기까지 A씨는 매달 9~10번가량 야간근무를 했다.
A씨는 "병원 측에 임신 사실을 알렸더니, '그래서? 그만둘거야?'라는 말이 되돌아왔다"며 "(병원 측은)무조건 동의서에 사인부터 하라고 협박했고, 임신 중 야간 근무를 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여서 어쩔 수 없이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매달 10번가량 야간 근무를 섰다"고 울먹였다.
이어 "임신 상태에서 야간 근무를 하면서 결핵 환자를 돌봐야 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며 "동료 간호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데, 38살에 늦게 임신을 한 동료 간호사는 야간 근무 중 지쳐 늘 책상에 쓰러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 간호사 B씨도 2012년도에 마찬가지로 병원 측에 임신 사실을 알리고, 동의서에 강제로 사인을 했다.
그는 "임신을 안 해도 간호사 1명당 평균 7번 정도 야간 근무를 서는데, 임신을 한 상태에서 평균 1달에 9번~10번가량 야간 근무를 섰다"며 "입덧이 심해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해야 했던 일, 만삭에 이곳 저곳에 배를 부딪혀가면서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이어 "임신 후 몸이 좋지 않아 병가를 요청했음에도 병원 측은 받아주지 않았다"며 "함께 일했던 한 간호사는 임신 중 야간 근무를 하다가 일터에서 쓰러진 적도 있으며, 여러 차례 병가를 요청했으나, 병원에서 받아 주지 않자 결국 사직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가천대 길병원에 새로 설립된 노조에는 이처럼 병원 측에 부당 노동행위를 강요당한 임산부 혹은 임산부였던 간호사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노조는 현재까지도 임산부들의 야간 근무가 이어지고 있으며, 시간외 근무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산부(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게 야간 및 휴일 근로를 시키려면 (임산부가 일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에 한 해)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또 산후 1년이 지난지 않은 여성에게는 1일 2시간, 1주일 6시간, 1년에 15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근로를 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A씨와 B씨 등에 따르면 병원 측은 매달 9~10번가량 정기적으로 동의서에 사인을 하게 해 야간 근무를 강요했으며,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30분까지 평균 10시간30여 분간 일을 시켜 시간외 근무도 하게 했다.
가천대길병원 새 노조는 피해를 입은 직원들의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현황 파악에 나섰다. 또 동시에 고용부 고발을 검토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고용부에 새 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고발을 한 상태"라며 "현재도 병원 내에서 임산부들의 강제 야간 근무, 시간 외 근무 등 부당 노동 강요 행위가 이어져 현황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인력이 부족할 경우, 1~2번 정도 요청해 야간 근무가 이뤄질 수 있지만, 실제로 임산부에게 야간근무나 시간 외 근무를 강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해당 사실은 처음 듣는 내용이라, 정확한 사실은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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