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해야 신고가능?"…어이없는 불법도박 신고 사이트
- 강남주 기자
(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 인천 연수구에 사는 A(48)씨는 최근 부쩍 늘어난 불법도박 스팸 메시지 때문에 불편을 겪다 불법도박 신고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도박 사이트를 신고하려던 A씨는 이내 신고를 포기해야만 했다. 이 사이트에서 불법도박을 신고하기 위해선 직접 불법도박을 한 경험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26일 국무총리실 산하 불법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에 따르면 2013년 4월부터 불법도박을 신고할 수 있는 사이트(singo.ngcc.go.kr)를 운영하고 있다.
불법사행산업 또는 사행산업자의 과도한 사행심 유발행위나 준수사항 위반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이 사이트에서는 불법 카지노, 불법 체육진흥투표권(체육복표), 불법 경마·경륜·경정 등 온라인을 통한 모든 불법 도박행위를 신고할 수 있다.
센터는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포상금 제도를 도입,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를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데다 불법도박을 해야만 가능한 신고 절차로 인해 신고자들이 신고를 꺼리고 있다.
A씨는 “이 사이트에 불법도박을 신고하기 위한 필수입력 사항들은 불법도박을 직접 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어떻게 이같은 사이트를 설계했는지 모르겠다”고 어이없어했다.
이 사이트에서 불법도박을 신고하기 위해서는 본인인증, 신고인 정보를 제외하고 5개 항목의 필수사항을 입력해야 한다. 필수입력 사항을 보면 사이트 주소, 로그인 화면, 입금화면, 출금화면, 베팅화면 등(사진참조)이다.
로그인 화면은 불법도박 사이트의 로그인 화면을 말하는 것이고 입·출금 화면은 불법도박 사이트에 입금한 명세와 출금한 명세를 말한다. 베팅화면 역시 불법도박 사이트에서 베팅을 하는 장면을 말한다.
결국 이들 필수입력 사항을 입력하기 위해선 불법도박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다음 돈을 입·출금하고 베팅까지 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A씨처럼 불법도박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신고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사이트를 통한 신고자 대부분이 불법도박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일 불법도박을 한 경험자가 신고했다면 범죄행위를 자백한 꼴이어서 이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센터 관계자는 “이같은 필수사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도박 사이트 차단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심위와 협의해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inam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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