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윤 父 "유도 권한 적도, 가르친 적도 없다"…은메달 뒤 숨은 이야기
서울체중 입학 후 처음 유도 시작…유도인 부모 도움 없이 선수의 길
KH필룩스 입단 1년여 만에 AG 은메달…父 "판정 아쉽지만 딸 대견"
- 이윤희 기자
(경기=뉴스1) 이윤희 기자 = 1995년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도 금메달리스트였던 장철진 서울 동일중학교 체육부장 교사는 30여 년이 지나 딸의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지켜봤다. 딸 장세윤(23·KH필룩스)은 아시아 정상 문턱에서 멈췄지만, 아버지는 아쉬움과 대견함을 함께 전했다.
장 씨는 1일 뉴스1과 통화에서 "연장전에서 지도가 나오면서 승부가 결정돼 판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그래도 큰 무대에서 결승까지 올라 은메달을 따낸 딸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세윤이가 한 단계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더 큰 무대에 도전해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장세윤은 전날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급 결승에서 시타 카담보예바(우즈베키스탄)에게 연장 승부 끝에 반칙패 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41위로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장세윤이 따낸 이 은메달이 이번 대회 한국 유도 선수단의 첫 메달이다.
장세윤과 카담보예바는 결승 정규시간 동안 지도 2개씩을 받은 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 1분 49초 장세윤이 상대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다리를 잡은 것으로 판정돼 세 번째 지도를 받으면서 승부가 끝났다.
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는 한판승을 잇달아 거뒀다. 16강에서 사비라 코좀베르디에바(키르기스스탄)를 경기 시작 16초 만에 꺾었고, 8강에서는 쉬아오위(중국)를 한판으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는 후지시로 고코로(일본)를 연장 끝에 반칙승으로 꺾고 결승행을 확정했다. 장세윤은 후지시로와 앞선 세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처음 승리를 거뒀다.
장세윤의 은메달에는 부모와 딸로 이어지는 '유도 가족'의 이야기도 있다. 다만 장세윤이 유도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부모의 권유 때문은 아니었다.
장 씨는 딸이 유도를 시작하게 된 과정도 털어놨다.
그는 "세윤이가 유도를 시작한 건 서울체육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엄마와 나 모두 유도 선수 출신이지만 딸에게 유도를 하라고 권한 적은 없었다"며 "부모가 유도 선수라고 해서 우리가 직접 가르치거나 훈련시킨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모두 유도를 했으니 부모가 시켜서 시작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세윤이가 유도를 시작하고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우리가 직접 지도한 적은 없다"고 했다.
아버지 장 씨는 용인대학교 유도 선수 출신으로 경남도청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1995년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남자 86㎏급 단체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재 서울 동일중학교 체육부장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어머니 유희준 씨도 경기대학교 유도 선수 출신이다. 국가대표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48㎏급에 출전했으며 현재 인천체육고등학교 유도부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부모의 권유 없이 유도를 시작한 장세윤은 서울체중과 서울체고, 한국체대를 거쳐 실업 선수로 성장했다.
장세윤의 선수 생활에 또 하나의 전환점은 KH그룹 필룩스유도단 입단이었다.
장세윤은 2025년 1월 당시 KH그룹 필룩스유도단을 이끌던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송대남 감독의 스카우트를 받아 팀에 합류했다. KH그룹은 장세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당시 여자 유도 선수 가운데 최고 대우로 영입했다.
KH필룩스에 둥지를 튼 장세윤은 실업 무대와 국제대회를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송 감독은 입단 당시 장세윤의 집중력과 지구력, 빠른 기술 전환을 강점으로 평가했다. 장세윤도 입단 당시부터 목표를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금메달에 뒀다.
입단 이후 성과도 이어졌다. 장세윤은 2025 라인-루르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정상에 올랐고 세계랭킹 41위까지 올라섰다. KH필룩스 입단 1년여 만에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아버지는 딸의 이번 은메달을 더 큰 무대로 향하는 과정으로 바라봤다. 자신도 선수 시절 국제무대를 경험했던 만큼 이번 대회의 아쉬움을 딛고 딸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도 선수였던 부모의 뒤를 이어 매트에 선 장세윤은 부모의 권유나 직접적인 지도 없이 선수의 길을 걸었다. KH필룩스에서 실업 선수로 성장해 생애 첫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오른 그의 다음 목표는 2년 뒤 LA 올림픽이다.
l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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