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 오늘까지" 외쳤지만…추석 대목 사라진 전통시장(종합)
상인들 "올해 경기가 최고 바닥…사람이 없어요" 울상
전통시장 찾은 시민들도 고물가에 지갑 여는데 신중
- 배수아 기자, 김기태 기자, 최창호 기자, 장수인 기자
(전국=뉴스1) 배수아 김기태 최창호 장수인 기자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는 오늘까지입니다."
20일 오후 경기 평택 통복시장. 시장 스피커에서는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수시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상품권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일 법한 고객센터 앞에는 짧은 줄 뿐이었다.
추석을 닷새 앞둔 주말. 과일과 생선, 고기를 쌓아놓은 상인들은 매대 앞을 지키며 드문드문 지나가는 손님을 기다렸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박모 씨(62)에게 주말 장사가 어떠냐고 묻자 "사람이 없다"는 답부터 돌아왔다. 박 씨는 "명절이면 평소보다 물건을 많이 들여놓는데 올해는 조금밖에 안 가져다놨다"며 "손님이 없으니 많이 갖다놓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건어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71)도 "경기가 이렇게 어려운 적이 있었나 싶다"며 "그나마 환급행사를 하니까 사람들이 조금 나오는 것이지 추석 전 주말치고는 정말 한가하다"고 했다.
전국 전통시장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국산 농축산물 구매액의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환급행사가 진행됐다. 3만 4000원 이상 6만 7000원 미만을 구매하면 1만 원, 6만 7000원 이상 구매하면 2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인들이 체감하는 추석 경기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통복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55)는 "경기가 정말 바닥인 것 같다"며 "그나마 어제는 오늘보다 사람이 조금 더 많았는데 추석을 앞둔 주말이라고 하기엔 심각할 정도로 한산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대전 유성구 노은농수산물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후 1시가 넘었지만 과일과 축산물 매대 앞은 한산했다. 명절 선물세트와 차례상 성수품을 둘러보는 시민들은 있었지만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과일 상인은 "예전에는 명절이면 과일이나 고기를 넉넉하게 준비해 가는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필요한 만큼만 산다"며 "인터넷으로 선물세트를 주문하는 사람도 많아 시장을 찾는 손님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시장에 사람이 없는 곳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시장에는 제수용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몰려 모처럼 명절 분위기가 났다. 하지만 매대 앞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비자들의 장보기는 신중했다.
고구마를 집어 들었던 60대 시민 A 씨는 상인에게 가격을 묻더니 잠시 멈칫했다.
A 씨는 "차례상에 올릴 나물과 생선도 지난주보다 값이 많이 오른 것 같다"며 "그래도 시장에서는 조금씩 에누리를 해줘 그나마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북 최대 규모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도 선물용 오징어와 수산물을 살펴보던 소비자들은 물건을 바로 집어 들기보다 가격을 묻고 여러 가게를 비교했다. 한참 상품을 살펴보다 빈손으로 돌아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람이 있어도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 풍경은 전북 전주에서도 반복됐다.
이날 오전 전주시 태평동 전주신중앙시장.
"애호박이 4000원이라고요? 지난해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가격을 확인한 한 시민은 애호박을 한동안 바라보다 내려놓고 다른 채소부터 장바구니에 담았다.
명절 장보기에 나선 시민들은 과일 등 일부 품목 가격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어도 실제 시장에서 느끼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입을 모았다.
과일가게 앞에서 만난 최모 씨(40대)는 "과일값이 조금 내려갔다고 하는데 실제로 장을 보면 크게 싸졌다는 느낌은 없다"며 "명절이라 이것저것 사다 보면 금방 몇십만 원이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 나온 소비자들은 차례상을 간소화하거나 구입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부담을 덜고 있었다.
추석을 맞아 찾아올 자녀들을 위해 남편과 함께 평택 통복시장을 찾은 한모 씨(65)는 병어 가격을 물어본 뒤 한참을 고민했다.
한 씨는 "병어 한 마리가 1만 5000원인데 세 마리만 사도 5만 원 가까이 된다"며 "이것저것 사다 보면 금방 돈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 새우를 좋아해 지난해 갔던 가게를 다시 찾았는데 1㎏ 가격이 지난해보다 5000원 올랐다"며 "명절이라 안 살 수도 없으니 필요한 것만 조금씩 사고 있다"고 했다.
통계에서도 전통시장 장바구니 부담은 확인된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10~11일 서울·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 등 6개 도시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상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30만375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4.1% 올랐다.
쇠고기와 닭고기 등 축산물뿐 아니라 일부 제수용 과일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비용을 끌어올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22개 지역의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에서 24개 품목을 별도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통시장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보다 1.6% 상승했다. 조사 품목과 지역이 달라 금액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통시장의 장보기 부담이 지난해보다 커졌다는 흐름은 같았다.
(취재 = 장수인, 배수아, 김기태, 최창호,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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