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은 '비상' 정치는 '논쟁'…100일 앞둔 추미애 도정

재정 비상·인사 문제에 관사 논란 부상…전임 지사와도 공방
사퇴·탈당 청원 이어 시민단체 고발…당 안팎 '도정 집중' 요구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해 도정에 집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재정과 인사, 관사 문제부터 중앙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까지 여러 쟁점에 동시 직면했다.

지난달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에 나선 이후 간부급 인사 연기와 관사·관용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재정 상황에 대한 진단을 놓고는 같은 당 소속인 김동연 전 경기도지사와 공개적인 공방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검찰개혁과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 등 중앙정치 현안에 대한 추 지사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표현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됐고 국민의힘은 도정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추 지사의 사퇴와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요구하는 도민청원까지 잇따라 등장했다. 시민단체는 관사와 관용차 예산 집행 등을 문제 삼아 추 지사를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사건을 관할서에 배당했다. 다만 고발 내용은 시민단체의 주장으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이 확인돼야 한다.

'재정 비상'이 시작이었나…긴축 한 달 만에 논란 확산

추 지사는 지난달 5일 경기도 재정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구조 개편에 나섰다.

당시 추 지사는 취득세 등 세입 감소와 지방세 구조의 한계를 거론하며 고위공직자 업무경비 감액과 낭비성 예산 중단, 조직 체질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후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안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인사 일정도 조정됐다. 경기도는 조직진단과 조직개편을 우선하겠다며 당초 8~9월로 예정했던 2~5급 간부 공무원의 하반기 인사를 내년 1월로 연기했다. 6급에서 5급 승진도 보류됐다.

이에 경기도청공무원노조는 승진과 전보를 기다려 온 직원들의 허탈감이 크다며 반발했고, 추 지사는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사업 재설계와 조직개편이 인사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도청 인근 156㎡ 규모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12억2000만 원에 계약해 추 지사 관사로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경기도는 재난·재해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원활한 도정 수행 등을 고려해 도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관사를 마련했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부 도의원과 시민단체 등은 재정 비상 상황에서 관사 규모와 비용이 적절했는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경기도가 추 지사 취임을 앞두고 7765만 원 상당의 전기차를 지사 전용 관용차로 구입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관련 논란이 추가됐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경기도의원들의 5분 자유발언을 듣고 있다. ⓒ 뉴스1
◇전·현직 지사 재정 진단 엇갈려

재정 문제는 전·현직 지사 간 공개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추 지사는 지난 2일 경기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민선 8기의 지방채 발행과 기금 활용 등을 거론하며 당시 재정 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김동연 전 지사는 지난 15일 SNS를 통해 당시 확장재정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와 세수 감소 상황에서 민생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반박했다. 현재 경기도 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재정위기로 규정하거나 원인을 전임 도정의 확장재정에서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김 전 지사의 주장이다.

경기도도 같은 날 다시 입장을 내고 민생을 위한 확장재정의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충분한 세출 구조조정과 자구노력 없이 지방채와 채무성 재원에 의존한 부분은 책임 있는 재정 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결국 경기도의 현재 재정 상황과 민선 8기의 재정 운용에 대한 평가는 전·현직 도정의 주장이 엇갈린 상태다.

중앙정치 발언 두고 정치권 논쟁

취임 이후에도 추 지사가 중앙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추 지사는 최근 검찰개혁 방향과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문제에 대해 연이어 공개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김지용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당시 행적을 문제 삼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고, 지난 16일에는 김 후보자를 '밀정'에 비유하는 등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찰개혁 문제를 둘러싼 공개 충돌이 당내 갈등으로 확산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도 추 지사가 중앙정치보다 경기도정과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지사의 도정 운영에 반대하는 청원도 잇따랐다.

지난 11일 경기도청원에 게시된 사퇴 요구 청원은 닷새 만에 3만775명의 동의를 얻은 뒤 경기도가 공식 답변을 게시하면서 종료됐다.

추 지사는 답변에서 민선 9기 도정이 정상적으로 편성된 민생예산을 고의로 삭감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전임 도정에서 일부 필수예산이 9개월분만 편성돼 재정 공백을 막기 위한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15일 올라온 민주당 탈당 요구 청원도 사흘 만에 1만2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다만 경기도는 정당 가입·탈당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으로 청원 대상이 아니라며 의견수렴을 종료했다.

청원 참여 규모가 경기도민 전체의 여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취임 초기 도지사의 거취와 당적을 둘러싼 청원이 잇따라 답변 기준인 1만 명을 넘어섰다는 점은 도정 운영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취임 초기 논란 넘어 정책 성과로 이어질까

추 지사는 6선 국회의원과 민주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을 거쳐 지난 7월 경기도지사에 취임했다.

취임 이후에는 재정 구조개혁과 세입구조 개편, 조직 재설계 등을 민선 9기 초기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반면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산 삭감과 인사 연기, 시·군 및 공직사회와의 관계 등 여러 조정 과제도 나타났다.

관사와 관용차 문제는 재정 긴축 기조와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졌고, 전임 지사와의 재정 공방은 현 재정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진단을 드러냈다. 중앙정치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 역시 지지와 비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취임 100일을 앞둔 추 지사에게는 재정 정상화와 조직개편 등 자신이 제시한 과제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동시에 초기 도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논란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가 향후 도정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