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해 문 닫았다"…경찰 농락하는 파주 냉동창고 살인범(종합)
수십억 채무와 백화점 상품권 500억 위조, 이번 사건 연관성
공범 여부 수사…현재까지 살해 공모 정황 없어
- 양희문 기자, 이상휼 기자
(파주=뉴스1) 양희문 이상휼 기자 = 경기 파주시 카페 냉동 창고에 60대 여성을 가둬 살해한 30대 남성이 진술을 계속 바꾸며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거액의 채무를 지고 있던 점에 비춰 500억 원 상당의 가짜 상품권을 유통하기 위해 피해자를 유인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 상품권 거래 과정에 관여한 여러 인물을 상대로 범행에 공모하거나 가담했는지 등 공범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피유인자 살해 혐의로 구속된 A 씨는 수사 초기부터 거짓진술을 하며 수사에 혼선을 줬다.
A 씨는 지난 4일 새벽 60대 여성 B 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수사관과 두 차례 통화하며 허위사실을 전달했다.
당시 B 씨는 파주시 문산읍 카페 냉동 창고 안에 감금된 상태였지만, A 씨는 B 씨가 마정리 인근에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A 씨 진술을 토대로 마정리 일대를 수색하고, 폐쇄회로(CC)TV 분석과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진행했다. A 씨의 거짓진술로 인해 엉뚱한 장소를 수색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이후 CCTV에 A 씨가 B 씨와 함께 냉동 창고에 들어갔다가 A 씨 홀로 나온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A 씨를 유력 용의자로 판단, 창고에서 숨져 있는 B 씨를 발견한 데 이어 서울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거나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사 초기엔 '계획적 살인'을 의심할 만한 진술을 하다가, 수사가 진행될수록 '우발적 살해'였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꾸고 있다.
A 씨는 '상품권 거래를 해야 하는데 무산될 것 같아 당황해 순간적으로 냉동 창고 문을 닫았다'는 취지로 최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A 씨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휴대전화 포렌식과 CCTV, 차량 블랙박스 등 객관적 자료를 대조해 구체적 범행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파주시 문산읍 일대에서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수십억 원 규모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가 거액의 상품권 거래를 추진한 배경에 경제적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채무와 범행 간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 A 씨는 지난 7월 말 서울 영등포구 한 인쇄업체를 통해 액면가 500억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인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상품권은 50만 원 권으로 모두 10박스 분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상품권이 일반인이 정상 상품권으로 오인할 정도인지 등을 검토한 결과, 혐의가 있다고 보고 A 씨에게 유가증권 위조 혐의도 적용했다.
A 씨는 해당 상품권을 거래하기 위해 여러 사람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B 씨를 만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상품권 진위 감정을 부탁받은 B 씨가 가짜 상품권임을 알아채자 A 씨가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공범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 씨는 수사 초기 상품권 거래와 관련 여러 사람의 이름을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살인 공모 여부를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B 씨를 서울에서 파주까지 태워다준 C 씨에 대해선 상품권 거래 과정에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유가증권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C 씨는 상품권 거래를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지칭한 사람들이 살인을 공모하거나 가담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범 유무 등에 대한 수사는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A 씨는 지난 3일 자신이 운영하는 파주시 문산읍 한 카페에서 B 씨를 냉동 창고에 감금했다.
B 씨는 다음 날인 4일 오후 2시 36분께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 씨 시신에서 특이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구두 소견을 내놨다.
B 씨 사인은 저체온증 또는 산소 부족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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