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중근 유묵 '독립' 매입 포기…10억 평화센터 추진 논란
일본인 소장자와 협상 실패…도의회 "별도 시설 필요한가"
- 송용환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경기도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 '독립(獨立)' 매입을 결국 포기했다. 일본인 소장자와의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한 데다 매입에 필요한 추가 재원 13억 원을 국민 펀딩으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독립'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도 도가 약 10억 원을 투입해 '안중근 평화센터 조성 사업'(파주시)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점이다. 이에 경기도의회에서는 핵심 전시물 확보가 무산된 만큼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 투입의 타당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도의회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안중근 의사 유묵 매입비 13억 원을 편성했다. 전체 매입 비용은 약 26억 원으로 예상됐고, 도가 편성한 13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3억 원은 국민펀딩으로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후 중개인을 통해 일본인 소장자와 매입 협상을 진행했지만 장기간 협의가 진전되지 않으면서 예산은 올해까지 넘어왔다.
하지만 일본인 소장자 측과의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국민펀딩은 시작되지 못했다. 도는 결국 협상 과정의 어려움과 추가 재원 마련 난항 등 후속 절차를 고려해 '독립' 매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독립'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안중근 평화센터 조성 사업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점이다.
안중근 평화센터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내 사용하지 않는 2층 규모의 기존 카페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된다. 연면적은 약 100~130㎡ 규모로, 2층은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1층은 경기관광공사가 카페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안중근 평화센터 조성과 운영에는 약 10억 원이 투입된다. 애초 핵심 전시물로 거론된 '독립'은 확보하지 못하게 됐지만 도가 이미 확보한 또 다른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과 영인본 등을 활용해 전시·체험 프로그램과 카페, 기념품 판매 등을 운영한다는 것이 도의 계획이다.
이에 대해 도의회에서는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 투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기 의원(민주·남양주3)은 "유묵 전시가 핵심이라면 도가 별도의 시설을 조성하기보다 국가유산청이나 국가보훈부 등에 위탁해 더 많은 국민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시현 의원(민주·동두천1) 역시 "'독립'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안중근 평화센터 조성·운영 사업에 예산을 투입한다"며 "원본이 아닌 복제본을 전시하고 체험·교육 프로그램과 카페, 기념품 판매 등을 운영하는 데 10억 원을 투입할 만큼 별도의 평화센터가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도 관계자는 "일본인 소장자와의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어서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협상과 국민펀딩 등 후속 절차도 어려운 만큼 예산을 불용 처리한 뒤 세입으로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독립'은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중국 뤼순감옥에서 옥중 생활을 하며 남긴 글씨로 알려져 있다. 안 의사가 남긴 대표적인 유묵 가운데 하나로, 독립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큰 작품으로 평가된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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