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위험 알고도 방치"…60대 숨진 안성 공장 책임자들 2심도 '유죄'

핸드그라인더 접지 불량·누전차단기 미설치…피고인·검찰 항소 기각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 ⓒ 뉴스1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휴대용 핸드그라인더 접지 불량과 누전차단기 미설치로 근로자가 감전돼 사망한 사고 책임자들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법원은 사고 위험이 사전에 반복적으로 지적됐음에도 구체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 책임을 인정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6-1부(김은정 강희경 이상훈 부장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업무상과실치사,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원청업체 관계자들과 검사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 씨 등은 지난 2022년 7월 경기 안성시 한 철강 제조공장에서 신선공정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 근로자 B 씨가 핸드그라인더를 이용해 용접 부위를 연마하는 과정에서 감전돼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핸드그라인더와 콘센트 리드선 접지선이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았고, 분전반에도 누전차단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같은 날 밤 감전으로 인한 쇼크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1심은 피고인들 각자에게 주어진 안전보건 조치의무 내지 안전보건 확보의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B 씨가 사고를 당한 공장에 벌금 1억 원을,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및 경영책임자인 A 씨 등에게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 씨가 소속돼 있던 외부업체 사장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형에 처해졌다.

이후 A 씨 등은 원심 판결에 불복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 역시 A 씨 등에게 내려진 원심 형이 너무 가볍다는 사유(양형부당)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피고인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핸드그라인더와 리드선이 수급업체가 구매·관리하던 장비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지배·관리 영역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분전반에 누전차단기를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 접지 상태를 점검하면 된다는 관련 규정을 근거로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전부터 신선라인에서 핸드그라인더와 콘센트 리드선 접지 불량 및 파손이 반복됐고, 외부 안전관리기관과 고용노동부 점검에서도 감전 위험이 지속적으로 지적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산업재해 예방을 총괄하며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도록 할 위치에 있었던 만큼,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방치했다고 봤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위험성 평가가 실시됐다는 사정만으로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모두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인 '전기 감전' 위험을 인식한 것과 달리, B 씨 사망의 원인이 된 휴대용 전기기기 접지 불량과 누전차단기 미설치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든 사정들을 기록과 면밀히 대조해 보면, 원심 판단에 증거 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거나 사실 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