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아내 살해한 현직 공무원, 신상정보 공개 안 한다
경찰 "가족 간 범행·유가족 2차 피해 우려"
- 김기현 기자
(경기 광주=뉴스1) 김기현 기자 = 경찰이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30대 현직 공무원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는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A 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현행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상 신상정보 공개 요건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때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때 등이다.
경찰은 가족 간 이뤄진 범행이라는 점에서 재범 방지 목적 등에 맞지 않고, 피의자 신상이 공개될 경우 피해자를 비롯한 유가족 신상 노출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유족 의견 등 전반적인 사항들을 종합해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자세한 상황 설명은 어렵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 1일 오전 7시 17분께 경기 광주시 한 다세대주택 외부 계단에서 출근 중이던 30대 아내 B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전날(3일) 구속됐다.
B 씨는 여러 차례 가정폭력 피해 신고를 했던 인물로, 사전에 경찰로부터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신고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B 씨와 어린 자녀가 함께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A 씨가 정서적 아동학대를 한 혐의도 있다고 판단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그동안 A 씨는 반복적으로 가정폭력을 저질러 B 씨와 별거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4차례 경찰에 피해 신고를 하거나 상담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이혼소송에도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같은 달 11일 이혼소장을 받고 위자료와 재산분할, 양육권·양육비 등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해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혼소장을 통해 B 씨 새 거처를 파악한 후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찾아가 약 15분간 기다렸다가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수원시 장안구 주거지 인근 숙박업소로 달아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4시간 20여분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A 씨가 이혼소장을 받은 후 약 3주 동안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계획과 추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A 씨가 검거되기 전 휴대전화를 버려 인터넷 검색 기록 등 범행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B 씨는 지난달 11일 경찰과 통화하면서 "이혼소송 서류 송달 과정에서 주거지 비공개 요청을 하지 않아 남편에게 주소가 노출된 것 같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유족은 3일 입장문을 통해 스마트워치 등 신변 보호 조치를 받았음에도 이혼소송 과정에서 새 거처 주소가 노출돼 범행을 막지 못했다며 피해자 보호제도 실효성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안전을 위해 일상까지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남겨진 아이에 대한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신변보호 대책과 함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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