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초크'에 기절한 김창민 영화감독…사인은 '강한 외력' (종합)
피고인 지인들 증인 잇따라 출석해 당시 상황 증언
법의학자 "두개골 골절·뇌 밀려…일반적 상황 아냐"
- 양희문 기자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김창민 영화감독 사망사건 재판에서 살인의 고의성을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증인들은 대체로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진술을 내놨지만, 법의학 감정의는 김 감독의 사인이 강한 외력에 의한 뇌손상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국식)는 25일 살인,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A 씨와 B 씨의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A 씨와 B 씨의 지인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사건 발생 당시 피고인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했던 목격자들이다.
증인 C 씨는 김 감독이 무언가를 집어 들고 달려들었다가 제지당하는 과정에서 B 씨가 뒤에서 김 감독의 목을 조르는 이른바 '백초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김 감독이 정신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고 설명했다.
B 씨 변호인이 "확실히 기절한 게 맞느냐"고 재차 묻자 C 씨는 "과거 유도를 했기 때문에 기절한 사람의 모습을 알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증인 D 씨도 비슷한 취지로 증언했다. D 씨는 "B 씨가 김 감독의 목을 졸랐고 김 감독이 기절했다"며 "김 감독이 쓰러진 뒤에도 B 씨가 뒤에서 붙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증인 E 씨는 "B 씨가 김 감독 목을 조르는 건 봤지만 기절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뒤에서 목을 잡고 있었으니 피해자가 결국 바닥에 누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증언을 토대로 B 씨의 백초크로 김 감독이 기절한 뒤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뇌손상을 입은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증인들은 김 감독이 기절한 것은 맞지만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지는 않았다며 B 씨에게 유리한 진술을 내놨다.
B 씨 변호인도 "무기를 들고 일행에게 달려드는 김 감독을 말리려 한 행위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증인들은 김 감독이 먼저 시비를 걸어왔고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된 A 씨의 폭행 장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A 씨는 김 감독의 얼굴 등을 주먹과 발로 십여 차례 이상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C 씨는 "김 감독이 '시끄럽다'며 반말 투로 먼저 주의를 요구했다"며 "이후 골목에서 A 씨가 김 감독 위에 올라탄 모습은 봤지만 주먹과 발로 때린 모습은 못 봤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CCTV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D 씨는 "A 씨가 김 감독의 목덜미를 잡고 세게 바닥에 내리꽂거나 주먹이나 발로 때린 모습을 못 봤다"며 "주로 안에 있었기 때문에 밖의 상황을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E 씨는 "당시 술을 마신 상태여서 처음엔 기억이 안 났지만 검찰에서 CCTV를 보여준 후 A 씨가 김 감독에게 두 차례 주먹을 휘둘렀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고 했다.
특히 증인들은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A 씨의 이른바 '사커킥' 행위에 대해선 모두 목격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검찰 공소장엔 A 씨가 쓰러진 김 감독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한 내용이 적시돼 있다. 현장 CCTV뿐만 아니라 사커킥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을 지켜보던 김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 씨는 "증인 모두가 피고인들과 선후배 관계인데 유리한 증언만 하고 있다"며 혀를 찼다.
김 감독 사망사건 법의학 감정을 맡았던 의사 F 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강한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크다"는 소견을 밝혔다.
그 근거로 김 감독의 두개골이 골절된 점, 측두부 경막하 출혈(뇌를 감싼 막이 찢어지는 외상)로 다량의 피가 발생한 점, 뇌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2.5㎝가량 밀린 점 등을 들었다.
이 같은 손상은 머리 한 지점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지거나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는 등 강한 외력이 가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다는 게 F 씨의 설명이다.
또 김 감독의 의학적 기록을 검토한 결과 사망에 영향을 미칠 만한 지병 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당시 상태에 비춰 보면 사건 당일 가해진 충격으로 뇌손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F 씨는 "급성 경막하 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CT를 보면 이미 수술도 못 하는 손쓸 수 없는 상태였다. 두개골이 골절되고 뇌가 이 정도로 밀리는 손상은 일반적인 상황에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A 씨가 김 감독의 얼굴을 주먹과 발로 십여 차례 폭행하거나 B 씨가 쓰러진 김 감독을 골목으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져 뇌손상을 입었다는 검찰의 기소 판단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A 씨와 B 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1시께 경기 구리시 한 식당에서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있던 김 감독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감독은 사건 발생 1시간여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해 11월 7일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을 한 뒤 숨졌다.
재판부는 9월 22일 A 씨와 B 씨의 속행 공판을 열 예정이다.
yhm9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