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독립운동 현장 찾은 교육감…이제 학생들이 볼 차례다

안민석 경기교육감(왼쪽 일곱 번째)과 일행이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교육청 제공)
안민석 경기교육감(왼쪽 일곱 번째)과 일행이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교육청 제공)

(경기=뉴스1) 이윤희 기자 = 중국 하얼빈에서 발해진으로, 다시 국경을 넘어 러시아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4박5일간 둘러본 만주·연해주 독립운동 유적지는 우리가 책에서 배웠던 역사를 현실의 공간으로 끌어냈다.

하얼빈역에는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장소가 남아 있었다. 발해진에서는 백산 안희제가 농장을 일구고 학교를 세우며 한인들의 자립과 민족교육에 힘썼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수리스크에는 최재형 선생 기념비와 이상설 선생 유허비가,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연해주 독립운동의 거점이었던 신한촌을 기리는 기념비가 남아 있다.

화려한 유적은 많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건물은 사라졌고 독립운동가들이 생활했던 공간도 상당 부분 흔적을 잃었다. 작은 비석과 표지석만이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곳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만난 역사는 교과서 몇 줄보다 선명했다.

안중근의 의거도, 안희제의 민족교육도, 최재형과 이상설의 연해주 독립운동도 결국 이름과 연도를 외우는 것으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립운동이 총과 폭탄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농장을 만들고 학교를 세우고 공동체를 지키는 일까지 포함했다는 사실도 현장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탐방에 눈길이 가는 또 다른 이유는 안민석 경기교육감이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이곳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교육감의 해외 출장은 흔히 선진 교육기관 방문이나 교육제도 벤치마킹에 맞춰진다. 하지만 안 교육감은 첫 일정으로 수천㎞ 떨어진 항일 독립운동 현장을 찾았다. 그 선택 자체에는 역사교육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교육감이 현장을 둘러봤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출장의 의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교육감이 하얼빈과 연해주에서 느낀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학생들의 교육 기회로 어떻게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해외 독립운동 유적을 활용한 학생 탐방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 학교 수업에서 활용할 교육자료를 개발할 것인지, 중국·러시아 등에 흩어진 독립운동사를 경기교육의 역사교육 과정과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교육감 한 사람의 방문으로 끝난다면 이번 일정은 의미 있는 해외출장 하나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학생들이 독립운동가들이 실제 활동했던 장소를 보고, 그들의 선택과 삶을 직접 생각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안 교육감이 강조하는 역사교육 역시 그때 비로소 정책이 된다.

안중근과 안희제, 최재형과 이상설이 활동했던 공간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지만 흔적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비석과 기록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념일마다 이름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는 식으로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안 된다. 반드시 다음 세대가 역사를 알고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교육감은 그 현장을 봤다.

이제 학생들이 볼 차례다.

l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