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의정부시, 긴축으로도 안 돼…근본적으로 바꿀 재정혁신 필요"
김원기 시장 기자회견…"모든 사업 원점 재검토 지출 조정"
1인당 지방세 전국 최하위, 복지비 부담 전국 최고
- 이상휼 기자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재정난에 봉착한 경기 의정부시가 본격적으로 재정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김원기 시장은 이날 시청 회룡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의 재정 구조를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며 "8·13 의정부형 재정혁신"을 선언했다.
김 시장은 "단순한 긴축 재정이 아니라, 재정 구조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게 3가지 방법으로 재정 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우선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지출을 조정하고, 기업과 산업을 육성해 지방세·세외수입을 확충하겠다고 했다. 또 의정부의 실제 행정 수요와 재정 여건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방교부세와 국·도비 보조사업의 재원 분담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과정은 행정 내부에서만 결정하지 않고 시민·전문가·시의원이 참여하는 '시민참여 재정혁신TF'를 꾸려 함께 검토한다.
김 시장은 "재정혁신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자체 수입의 증가 폭은 제한적인 반면, 시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지출은 빠르게 증가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2010년 5538억 원이었던 의정부시 전체 예산은 2026년 현재 1조7000억 원 수준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자체 수입은 같은 기간 2700억 원에서 3100억 원으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현재 1인당 지방세는 51만5000원으로 전국 시·군 가운데 최하위다.
취약한 세입의 주요 원인은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첩된 규제로 기업 유치와 산업 기반 형성에 제약을 받아온 것이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복지·교통 등 정부와 경기도의 보조사업이 확대되면서 시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지방비도 늘어났다.
의정부시 전체 예산에서 국·도비 보조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사회복지 예산 비중이 60%를 넘는 지자체는 전국에서 의정부시가 유일하다.
김 시장은 "시가 자체적으로 복지사업을 과도하게 늘리거나 보조사업을 무분별하게 확대한 결과가 아니라, 정부와 경기도의 정책에 따라 복지·교통 등 보조사업이 확대되면서 시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지방비도 함께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세입을 보완하는 지방교부세 역시 의정부의 실제 재정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시의 분석이다. 현행 지방교부세 산정 방식은 인구에 비해 면적은 작지만 실제 행정 수요가 큰 수도권 도시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의정부시의 주민 1인당 지방교부세는 약 35만 원 수준인 반면 인구 규모가 비슷한 비수도권 도시들은 1인당 100만 원을 넘는다.
지방교부세를 통한 재정 보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의 규모도 크게 줄었다. 2022년 3894억 원에서 2023년 2929억 원으로, 한 해 사이 965억 원 감소하면서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다.
현재 시의 지방채는 약 1100억 원이다. 부족한 일반회계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특별회계에서 빌려 아직 상환하지 못한 차입금도 482억 원에 달한다. 시의 비상 재원인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불과 10억 원만 남아 있다.
김 시장은 "지방채 발행과 재정안정화기금 활용이 당시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고 행정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본다"며 "이번 재정혁신은 특정 개인이나 과거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앞으로의 재정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도봉산~옥정 광역철도 △GTX-C 건설분담금 △경전철 대수선 △자원회수시설 현대화 등 반드시 추진해야 할 대규모 투자사업이 예정돼 있다.
이로 인해 법정·의무경비와 인건비·시설유지비 등 고정적 지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시의 재정 추계에 따르면 현재의 세입·세출 구조가 지속될 경우 재정 부족액은 △2027년 557억 원 △2028년 1325억 원 △2029년 1095억 원 △2030년 1104억 원으로 전망된다.
4년간 부족한 재원은 총 4081억 원에 달한다.
별도의 재정 구조 개선이 없다면 그만큼의 추가 지방채 발행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예정된 대규모 사업과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지출만으로 재정 부담이 계속 커질 수 있는 만큼, 지금 재정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시는 재정 구조 개편의 첫걸음으로 지난 10일 '시민참여 재정혁신TF'를 출범했다. TF는 청년·복지·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과 지방재정·지방세·예산회계 분야 전문가, 여야 시의원 등 총 17명으로 구성했다.
행정의 관점만으로는 재정 위기 상황을 제대로 검토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시민의 눈과 전문가의 기준, 의회의 책임 있는 시각을 함께 반영한다는 취지다.
TF는 재정혁신 선언을 실질적 변화로 구현하는 첫 번째 실행기구로,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시의 세입·세출 구조를 진단한다.
특히 사회복지·보건, 산하기관 운영비, 행사·축제, 민간위탁, 민간단체 보조금 등 주요 지출 분야를 점검한다.
유사·중복사업은 없는지, 투입한 예산에 비해 성과가 낮은 사업은 없는지, 현재의 재정 여건에서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핀다.
산하기관 운영도 함께 점검한다. 시의 출연금과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는 적정한지, 조직과 인력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기능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모든 예산을 일률적으로 줄이지는 않는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복지 안전망, 시민의 일상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행정서비스 등 반드시 필요한 분야는 지킨다는 원칙이다.
시는 자체적인 재정혁신과 함께 시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경기도에 제도 개선과 지원을 요청하기로 햇다.
국비·지방비 매칭 비율을 지방정부의 실제 재정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지역의 실제 행정 수요와 도시의 특수성을 지방교부세 배분 기준에 제대로 반영해 줄 것을 건의할 계획이다.
의정부가 오랜 기간 국가안보를 위해 도시의 핵심 공간을 제공해 온 만큼 반환공여지가 기업과 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 기반으로 신속하게 전환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인센티브와 정부·경기도의 실질적인 지원을 요청한다.
시는 이 같은 제도 개선과 지원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지방교부세와 국·도비 보조사업처럼 여러 지방정부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는 유사한 재정 여건에 놓인 지자체들과도 의견을 모아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시는 재정혁신TF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를 마련하고, 민생경제TF와 교통혁신TF를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교통 분야의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등 세 개의 TF를 연계해 재정혁신의 성과를 더 나은 시민의 삶으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김 시장은 "이번 재정혁신은 누구를 비판하거나 과거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전제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현재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앞으로의 재정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속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에게 꼭 필요한 것은 지키고 바꿔야 할 것은 과감하게 바꿔 한정된 재원을 민생경제와 교통 등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겠다"고 강조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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