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재정 비상상황' 선언 추미애, "예산·조직, 기절초풍할 지경"

해법은 '조직 쇄신·민생 재편'·법인지방소득세 세제 개편 추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경기도 재정상황 관련 기자회견'에서 재정 비상 선언을 하고 있다. 2026.8.5 ⓒ 뉴스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에 대해 '비상 상황'을 선언한 데 이어 방만한 조직과 불필요한 사업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5일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 선언 기자회견 뒤 가진 질의응답에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으로 조직 효율화와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 민생예산 중심의 재편, 세입구조 정상화 등을 제시했다.

추 지사는 "아직 깨알같이 보느라 절반도 (업무)보고를 못 받았다"며 "이 방대한 조직의 예산을 그냥 하나하나 보고 있는데 너무 놀랍다. 나날이 기절초풍할 지경"이라고 실정을 밝혔다.

추 지사는 "조직이 너무 방대하고 그 기능과 직무가 무엇인지 애매한 조직도 있다"며 "성과평가나 과업평가를 하자면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하거나, 이미 달성한 조직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정 자체 조직의 운영비는 최대한 절감하고 조직을 좀 더 기능적이고 효율적으로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재정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는 민생과 안전에 두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추 지사는 재정위기를 이유로 민생예산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생·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예산을 다시 짜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생, 안전 이런 예산은 도정의 가장 중심이기 때문에 이 중심으로 예산을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추 지사는 노인장기요양, 소아응급, 학교급식, 산후조리비, 가족돌봄수당, 농작물재해보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등 주요 민생·필수사업에 올해 10~12월 3개월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올해 해당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 예산을 놓고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절박한 예산도 빼먹었다'는 위급함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세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회성·선심성 사업이나 불필요한 조직, 연구용역 등을 우선적으로 줄이고 확보된 재원을 민생과 안전 분야에 재배분하겠다는 구상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경기도 재정상황 관련 기자회견'에서 재정 비상 선언을 하고 있다. 2026.8.5 ⓒ 뉴스1 김영운 기자

추 지사는 현재의 재정위기를 단순한 예산 부족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특히 전임 도정의 지방채 발행과 기금 활용을 두고 "20년 만에 지방채를 세 번이나 발행해놓고 '갚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또 지방채를 발행해서 갚는 것"이라며 "빚을 계속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또 지방채를 발행해 앞에 발행한 지방채를 갚아야 하는 '지방채 돌려막기' 악순환"이라며 "그 결과 지금의 재정 위기 비상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중장기 해법도 추진한다. 추 지사는 경기도가 취득세 중심의 세입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유치와 첨단산업 성장에 따른 세수가 경기도의 재정으로도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에 경기도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법인지방소득세는 해당 시·군에 귀속되는 현행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경기도가 교통 인프라를 깔고 아무리 그쪽에 소부장 기업이 들어와도 경기도는 돈만 대고 세수 한 푼 갖고 오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시·군의 이익을 침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지사는 이번 재정 비상 선언의 핵심 이유를 '도민의 알 권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새로 취임한 지사가 취임 초반 재정 비상을 공식 선언한 데 대해서는 "도청을 위해 도정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며 "공직의 봉사성은 무한하고 책임은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선은 도민에게 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도의회와 도 집행부 간의 시선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예산이 도민을 위해 올바로 집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면도 많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정을 정확하게 공개하고 재정 비상 상황을 함께 극복하자는 불가피한 결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 지사는 현재 재정위기의 정확한 규모와 조직별 사업을 면밀히 들여다본 뒤 단계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가능한지 안 한지도 모르기 때문에 비상선언을 하는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해냈습니다'고 웃으면서 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묘수가 안 보인다"며 "그렇다고 더 이상 숨기거나 감춰서는 안 된다. 도민의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는 전체 예산 약 41조7000억 원 가운데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약 3조5000억 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지난해 지방채 9430억 원을 발행하고 각종 기금에서 5588억 원을 활용했다. 그럼에도 올해 주요 민생·필수사업의 3개월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