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급 폭염…사람도 가축도 픽픽 쓰러진다(종합)

온열질환 사흘 연속 100명대 늘어 2221명…누적 사망 19명
돼지·닭·양식장 집단 폐사 잇따라…농축산어가 시름 커져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수도권 일부 지역에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체감온도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6.8.4 ⓒ 뉴스1 김영운 기자

(전국=뉴스1) 이상휼 기자 = 한낮 40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가 늘어나고 가축 폐사 등 농축어업 농가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4일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이날 낮 1시 기준 전남 광양읍 40.3도, 경남 밀양 39.6도, 합천 39.4도, 양산과 경북 영천 신녕 39.0도, 경남 김해와 대구 북구·전남 순천 38.9도를 기록했다. 이러한 극한 폭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자는 사흘 연속 10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1일 116명, 2일 110명, 3일 186명 등이다. 누적 환자는 2221명, 추정 사망자는 19명으로 늘었다.

질병청의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가동한 지난 5월 15일부터 현재까지 경기도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57명에 달하며 이 중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명이다. 지난달 30일 연천의 공사현장에서 4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열사병 진단을 받은 뒤 숨졌으며, 지난달 27일에는 평택에서 일사병으로 치료받던 60대 남성이 숨졌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자 폭염 취약계층 보호와 야외작업 중지 등 대응을 지시했다. 그는 "가장 무더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야외활동과 작업을 자제하고, 시원한 곳에서 충분히 휴식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공공발주 공사현장의 작업중지 등 보호조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민간 사업장에도 작업중지를 적극 권고하도록 주문했다. 생활지원사와 지역자율방재단 등 가용 인력을 활용해 논밭 근로자와 홀몸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예찰과 안부 확인을 강화하도록 했다.

최고기온이 36.2도까지 오른 4일 전남광주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아시아코끼리 모녀인 '봉이'와 '우리'가 찬물로 샤워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6.8.4 ⓒ 뉴스1 박지현 기자

인천에서는 전날 오전 6시 20분께 계양구에서 웃통을 벗은 채 거리를 배회하던 40대 남성이 소방 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체온은 38.8도였으며, 병원 치료 중 최고 41.3도까지 상승했다. 결국 약 22시간 만인 이날 오전 4시 7분께 숨졌다.

충남 당진에서도 전날 오후 3시 50분께 합덕읍의 논 옆 도랑에서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병원 검안 결과 등을 토대로 온열질환에 따른 병사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오후 3시 21분께 당진의 한 밭에서는 80대 남성이 폭염 속 일을 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부산에서는 전날 오후 6시 24분쯤 강서구 대저동의 한 텃밭에서 70대 남성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체온은 39.1도였으며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전남 담양에서는 70대 여성이 고추밭에서 숨졌고, 경기 연천과 평택에서는 각각 40대와 60대 남성이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마친 뒤 쓰러져 숨졌다. 경북 봉화에서는 50대 여성이 등산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경북 지역에서도 온열질환으로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에 따른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전역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작동하고 있다. 지난 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8월 첫째 주(평일 기준) 최대전력수요는 89.5~93.4GW로 예상됐다. 전망치 상단인 93.4GW는 올여름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정과 상업시설의 냉방기 가동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26.8.4 ⓒ 뉴스1 이호윤 기자

폭염으로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가축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날까지 경기도에 접수된 가축 피해 신고는 291건이며 돼지 247건에 3000여 마리, 닭 44건에 9만2000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이날까지 철원 8155마리, 화천 3506마리, 삼척 2014마리 등 총 1만 3992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폭염 기세가 가팔라진 지난 2일 하루에만 강원 지역 농가에서 돼지 201마리가 폐사했고 전날에도 돼지 30마리와 닭 2000마리가 추가로 폐사했다.

경남은 3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추산된다. 경남도에 따르면 올해 폭염에 따른 가축 피해 현황 집계를 시작한 지난 6월 22일부터 이날까지 통영을 제외한 도내 17개 시군에서 가축 3만 8304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폐사한 가축 중 닭이 3만 3219마리로 가장 많았다. 돼지(5021마리), 오리(64마리)가 뒤를 이었다. 경남도는 올해 총 27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가축재해보험료 지원 등 7개 폭염 피해 예방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낮 최고기온 38도 안팎으로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6.8.4 ⓒ 뉴스1 이호윤 기자

포항 구룡포읍 일대 육상 양식장 8곳에서는 강도다리 6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폐사한 개체 대부분은 수온 변화에 민감한 강도다리 치어들이다.

이날 오후 1시께 구룡포 앞 바다 수온은 '주의' 단계인 26도까지 상승했다. 포항시 관내에는 육상 양식장 43곳에서 강도다리와 넙치 등 총 1200만여마리를 양식 중이며 이 중 80% 정도가 강도다리다.

충남 태안에서는 '고수온 경보'가 발령됐다. 고수온으로 인한 충남도내 양식장 폐사 피해는 △2013년 85곳 499만 9000마리 △2016년 73곳 377만 1000마리 △2018년 9곳 155만 2000마리 △2021년 8곳 35만 3000마리 △2024년 93곳 824만 마리 등이다.

고수온 경보는 연안 수온이 28도 이상인 상태가 3일 이상 유지될 때 발령된다.

충남 지역 해상 가두리 양식장은 총 218곳으로 조피볼락, 숭어, 전복(태안) 등을 양식하고 있다. 이 밖에 육상 양식장은 300여 곳. 마을 양식장은 1000여 곳으로 파악된다.

(취재=이상휼 양희문 김낙희 이종재 이시명 강정태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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